태국 방콕 항만에 도열해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선들. 태국은 동부해안을 따라 조성한 경제특구에서 외국 기업들에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성장률이 3%로 떨어진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올해 ‘V자’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강력한 봉쇄를 고집한 탓에 공급망 운영비용이 커지면서 이미 상당수 기업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너무 늦었다는 경보음이 울린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미칠 파급에 대비했다. 인텔 칩은 말레이시아로, 애플 에어팟과 레고는 베트남으로 재빠르게 건너가며 대처해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테크업체뿐만 아니라 신발, 의류, 완구 등 제조기업도 동남아시아지역으로 눈을 돌리며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은 애플사가 아이패드·에어팟과 다른 아이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다. 2021년 베트남에 외국인 직접 투자 제안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31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은 에어팟과 기타 아이폰 부품 생산이며 신발, 전자 및 전기제품과 제조업 등이다.
덴마크의 장난감회사인 레고도 지난해 11월에 베트남 남부지방인 빈두옹에서 10억달러 규모의 공장 기공식을 열었는데, 이 공장은 이 회사의 두 번째로 큰 아시아 시설이자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예정이다.
2021년 베트남은 방글라데시를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섬유 및 의류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2위가 됐다. 베트남은 또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주요 생산지로도 선정됐다.
인도 역시 애플의 거대한 공장이 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14’를 인도 남부에서 생산하는데 부품 공급업체들에도 중국이 아닌 인도와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국가에서의 생산을 더 늘려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또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설립자 겸 기술 분야 펀드매니저는 CNBC에 “5년 안에 (아이폰의) 35%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태국은 동부해안을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제조 인프라가 들어서 있으며, 외국 기업에 대한 5~8년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내세워 전기차 조립라인, 생명공학 및 항공회사를 산업단지에 유치했다.
동부해안 산업단지 중심부인 촌부리에 있는 ‘파이파 솔라’ 태양전지회사의 소유주인 산삭 톤로이창은 “이곳에 오는 회사들이 노동자들을 조금씩 고용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기반 자체를 이곳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또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긁어모으고 있다. 중국이 주춤한 새를 틈타 2022년 말레이시아의 전자제품 제조업은 전년 대비 32% 급증했다. 2021년에 외국인 직접 유입은 약 2090억링깃(466억달러)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약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이 중 전자와 전기만 81.5%를 차지한다.
인텔은 페낭에 있는 반도체 패키징공장에 70억달러를 투자하고 인피니언테크놀로지는 20억달러가량을 투자해 쿨림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등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말레이시아로 직행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팜유, 석탄, 니켈과 같은 원자재 가격 호황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전기차 수요를 활용할 계획이다. 2014년부터는 외국 기업들이 세금 감면을 받아 경제특구의 땅을 사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반면 중국은 테슬라가 이달 초 상하이에 기가팩토리 증설을 계획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에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탈중국’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공급기지뿐 아니라 소비시장으로서도 중국을 대체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KPMG의 보고서는 아세안(ASEAN)이 2030년까지 4조달러 규모의 소비시장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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