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경이 만난 호남인물] 서삼석 의원, “지역소멸. 이대로면 진짜 큰일”
2023-01-19 08:01


그는 두번의 도의원과 3선 군수, 재선 국회의원으로 유권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만큼 농산어촌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서인주 기자] 천일염, 작두콩, 함초, 무안연잎차, 무화과.

18일 찾은 서삼석 국회의원의 방은 마치 대형마트의 농수산식품 코너를 연상케 했다. 지역구인 전남 영암, 신안, 무안을 대표하는 특산품 30여종이 의원실 곳곳에 보석처럼 배치됐다. 그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지역을 소개하고 또 자랑했다.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저출산, 인구감소, 식량안보 등 농산어촌은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면 지역은 사라지고 도시국가만 남게된다. 서 의원이 ‘대한민국 농산어촌 살리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유다. ‘소금처럼’이라는 대형현판도 집무실에 내걸었다. 변하지 않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되자는 각오다.

이를위해 복지 인프라 구축과 삶의 질 개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두번의 도의원과 3선 군수, 재선 국회의원으로 유권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심포지엄도 꾸준히 열고 있다.

‘인간미, 의리, 따뜻함’이 최대 무기다.

그는 고향에서 공수한 발효녹차를 우려냈다. 40분간 따뜻한 차를 나누며 대한민국 농산어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중간중간 그가 살아온 이야기도 곁들였다.


지역구인 전남 영암, 신안, 무안을 대표하는 특산품 30여종이 의원실 곳곳에 보석처럼 배치됐다. 변치않는 마음과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위해 '소금처럼'을 현판으로 내걸었다. 서인주 기자

- 설 명절, 지역민심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솔직히 두렵다. 주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그만큼 지역여건이 어렵다. 무안, 영암, 신안은 1차 산업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제조업, 서비스업 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든 여건이다.

5000년 넘게 농업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농업에 대한 지원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이다. 국가로부터 보장 받은 게 거의 없다. 20대 국회부터 농업법 개정안 등에 매달렸지만 벽에 부딪쳤다.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지역소멸과 고향사랑기부제, 농수축산물 가격안정, 겨울가뭄 등 대책을 강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 도의원, 군수, 국회의원 등을 거치면서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왔다. 성공비결이 궁금하다?

▷ “손가락을 빨더라도,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되지 말자”

처음 의정활동에 도전할 때 가족들에게 말한 각오이자 다짐이다. 지방행정에 대한 불신이 강할 때 ‘신뢰받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고 또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 눈높이도 높아졌다. 국회에서 선수는 낮아도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 의원들이 많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말의 온도와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정치는 끝이 좋아야 성패를 말 할 수 있다. 아직은 성공을 말할 때가 아니다.


서삼석 의원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어촌포럼 및 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 고등학교를 2년 후배들과 야간으로 다닌 것으로 안다.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학창시절에 몸이 자주 아팠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3곳을 다녔다. 함평 학다리고와 목포 문태고를 다니다 조대부고를 졸업했는데 이덕에 고등학교 동문이 참 많다. 학다리고는 명예졸업을 했는데 작은섬 곳곳에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선후배 때문에 힘을 내곤했다. 굳이 겪지 않아도 또한 내세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 보다는 다양한 경험들을 일찍 접하고 체득한 것도 나쁘진 않았다. 작지만 도움이 된 것 같다.

-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 “모아둔 것은 없는데 빚도 없다”

돈의 노예가 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정치생명도 짧고 오래 가지도 못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했는데 이점을 지역민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혼이 날 정도로 손이 컸고 작은거라도 이웃과 나누기를 좋아했다. 남을 배려하는 태도와 자세를 자연스레 익히게 됐다.

정치에 입문하면서도 나보다는 우리, 그리고 국민을 생각해왔다. 대신 집에는 소홀했는데 집사람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나는 심부름꾼이다. 단체장들이 원하는 현안과 숙원사업을 중앙에 어필하고 설득하는게 내 역할이다.

국회의원이 공약을 내세우고 여기에만 몰두하면 지역 단체장과 보이지 않는 갈등에 빠진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내뱉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소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 지역구가 영암, 무안, 신안이다. 지역인구 감소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데?

▷21대 국회 1호 법안이 ‘인구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이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빚은 산적한 문제들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이제 출발선이고 보완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국회에서도 공감대를 얻었다. 이런법들이 계속 제출되고 보완돼야 한다. 당장 우려되는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실마리는 풀어갈 수 있다.

결국 해법은 농산어촌에 있다. 최저생산비 보장이 대안이다.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일정수준이 보장되고 도시수준의 복지인프라가 구축되면 오지말라고 해도 온다.

반드시 농수축산물의 최저생산비가 보장되어야 하고, 인력문제와 재난재해 보상책 그리고 물 문제와 기계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서 의원은 대한민국 농산어촌 활성화 해법을 복지 인프라 구축과 삶의 질 개선에서 찾고 있다. 서인주 기자

- 이 같은 이유에서 농산어촌 복지인프라 구축 및 삶의질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어떤 취지인가?

▷연장선장이다. 우선 손쉬운 것부터 정책적으로 연착륙하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었다. 헤럴드경제가 기회를 준 것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산어촌은 항상 정부의 관심에서 밀리고 뒤쳐진다.

역대 정부의 경제논리에 속수무책이다. 5000만 국민 먹거리와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현장을 이제라도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 농수축산 선진화가 복지, 정치, 안보는 미래를 책임지는 유일한 길이다.

-아이울음 소리가 그치면서 시골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실제 전남의 경우 180만명도 위태로운 상황인데?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낸 것은 분명 진일보 한 것이다. 농산어촌의 활성화 정책이 지속되면 수도권에 집중된 주거와 교통 등의 문제 해결은 물론 각종 감염병 위기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더 늦으면 안된다. 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료인프라, 교통편의 지원 등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 육군 병장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병무청이 병역명문가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79년 10월 군번이다. 아버님과 두형님, 조카, 아들까지 모두가 현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2019년 4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명문가로 인정받았는데 21대 현역 국회의원 가문으로는 첫 번째다.

자랑스럽다.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의당 필해야 할 신성한 책임이다. 아름답지 못한 병역의무 미이행자들이 전혀 부끄럽거나 죄의식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무안, 신안 등 서남해안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무안공항, 천사대교, 자은라마다&씨원리조트 등 인프라도 확충됐다. 10년 후 전남 관광의 미래가 궁금하다.

▷지난해 가장 반갑고 자랑스런 소식은 신안 퍼퓰섬이 유엔관광기구가 선정한 우수마을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지금도 이섬에서는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보라색 옷을 입고 아름다운 섬을 찾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의 의지가 지역에 미치는 것을 크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025년 무안국제공항 고속열차 역이 개통되면 가까운 영암은 물론 서남권과 더 나아가서 전남의 가치가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편리해진 교통인프라가 이를 입증 할 것이다.


전남은 무안공항, KTX 개통, 천사대교, 자은라마다&씨원리조트 등 서남해안 관광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안은 지난해 유엔이 선정한 세계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서인주 기자

- 최근 일부 지방대에 신입생이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학령인구 감소의 예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 크다. 사립학교법도 손질해야하고, 연계해서 이민법도 실정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예를들어 지방대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들의 직계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해 부족한 농어촌인력을 보충하는 방안이다.

청년은 죄가 아니다. 기성 세대가 크게 깨우치도록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여 주기 바란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출근 시간에는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한다. 겨울에는 아파트 단지 내 휘트니스센터에서 1시간 가량 근력운동을 하고 날씨가 풀리면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대신한다. 저보다도 함께하는 보좌진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주 1회 이상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자고 연말에 약속했다.



sij@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