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이 10일 서부지법에서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정의기역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10일 업무상횡령과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법인 계좌와 개인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718여만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1718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는 않았더라도 사용 일시와 시각, 액수, 장소 등에 비춰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후원금을 개인계좌 등에 보관하면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했다”며 윤 의원의 자금 보관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횡령액 1718만원에 대해서는 “사용처에 관한 납득할 만한 설명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추단된다”며 “정대협 활동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할 만한 자료도 없어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사용처에 대해 윤 의원이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하고,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할 별도의 자료도 없는 금액에 대해선 모두 횡령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시민이 십시일반 기부한 금액으로 운영되기에 누구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었다”며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액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실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다.
기부금품법 위반과 준사기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의연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000만원 넘는 금품을 모집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부금품법상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금하려면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청에 등록해야 한다.
재판부는 정의연이 재단 약관에 따라 기부금품을 모집·관리 감독할 수 있는 자격을 둔 후원회원을 두고, 이사회 사무처 등 운영 체계를 갖춰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故)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가운데 5천만원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준사기)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길 할머니의 시민단체 활동 이력과 과거 기부 사실 등으로 미뤄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전 이사이자 정대협 전 상임이사 김모(48)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두 사람은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2015∼2019년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나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명목으로 1억7천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으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윤 의원에게는 2011∼2020년 개인 계좌로 모금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장례비, 정대협 법인 계좌와 위안부 쉼터 운영비용 보관계좌 등에서 이체한 자금 등 모두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가 추가됐다.
판결이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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