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영종발전에 여·야가 따로 있나
2023-02-20 01:24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영종국제도시무료통행시민추진단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22년말까지 국토교통부가 약속한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 인하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도로 운영사업자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이유이다.

이에 발끈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를 비롯한 11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영종국제도시무료통행시민추진단(추진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국토부를 성토하면서 통행료 인하를 촉구했다. 또 3·1절날 영종대교를 잇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1000대의 차량 항의시위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과 중구·강회군·옹진군지역위원회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배준영 의원(국민의힘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영종지역의 민원이라면, 지역구 출신인 배 의원 등이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배 의원의 모습은 없었다. 왜 그럴까. 영종총연과 추진단과의 갈등 때문이다.

영종총연 김요한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왜 국회 기자회견을 지역구 배준영 국회의원과 함께 하지 못했을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종총연은 지난 2021년부터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작년 3월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종무료통행시민유치단을 결성해 유정복 후보 등 인천시장 후보들을 비롯해 각 정당의 구청장 후보들에게 영종무료통행 공약협약을 맺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유정복 후보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후 영종대교 상부도로 지원을 위한 3000명 인천온라인시민청원 운동을 전개했고 여러 차례 시장 면담과 관계부서 설득을 통해 결국 지난해 9월 29일 유 시장의 결단으로 영종대교 상부도로 지원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 의원실로부터는 어떤 지원도, 협조도 없었다. 영종총연은 작년 8월 1일과 10월 18일 2차례에 걸쳐 배 의원과의 통행료 관련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배 의원실에서는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거나 심지어 약속을 잡고도 2차례나 일방적 취소통보를 했다.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해법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영종총연과 추진단은 인천지역 출신 국토교통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허종식 의원에게 도움을 청하게 됐고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허 의원과 간담회를 갖게 됐다.

김 정책위원장은 “작년말 국토부의 불이행으로 통행료 인하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간담회 및 2차례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허 의원에게 부탁하는 상황을 영종주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면담지연 및 약속파기에 대한 배 의원의 해명과 사과는 지금 껏 단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허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국토부의 통행료 인하에 따른 용역이 지연되고 있는 사유와 해법을 제시했고 국회 기자회견도 요청한 결과, 지난 10일 허 의원이 14일에 갖자고 제안해 이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기자회견과 관련해 지난 12일 영종총연과 추진단 집행부 회의에서 여·야 정당 모두 참석을 원칙으로 정했고 따라서 다음날 배 의원에게 참여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배 의원실에서는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 불가 통보를 해 왔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 후 3·1절 차량 항의시위에 부담을 느낀 경찰의 중재로 국토부와 간담회를 지난 16일로 잡혀지면서 국회 기자회견때 배 의원의 불참에 대한 아쉬움이 커 다시 배 의원실에 참여를 요청했고 배 의원의 직접 참여가 불가하다면 당직자라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불가 통보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지역현안 해결에 함께하지 않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주민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영종발전을 위한 지역현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준영 의원은 “그동안 기자회견을 주선해 달라는 영종총연과 추진단의 요청을 전혀 받은 바 없다”며 “또한 국회 기자회견 참석 요청과 관련해 하루 전에 연락이 왔지만 이날 오후 2시에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가 있어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전인 점심시간 직후에 국회의사당 회관에 한번 들러주면 어떤가 하고 요청했지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에도 영종총연과 추진단은 국토부 관계자와 통행료 인하 문제로 면담을 하고 있었는데 반해 배 의원은 제3연육교(영종~청라) 건설 현장 시찰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영종총연, 추진단과 배 의원은 지역 현안을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서로 간의 갈등은 깊어만가고 있는 듯하다.

양 측의 입장과 주장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영종총연이나, 추진단이나, 지역 국회의원은 모두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은 같다. 국회 기자회견의 경우도 지역현안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 국토부 민원이기 때문에 국회 국토교통부 소속 의원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영종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지역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오는 23일 인천 중구청 제2청사(영종청사)에서 ‘버스 노선 증설 및 증차’,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 포함)’, ‘제3연륙교 건설공사 진척 사항’ 등 영종의 주요 교통 분야 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주민공청회를 실시한다.

이번 주민공청회를 계기로 영종총연, 추진단과의 갈등이 해소됐으면 한다. 상호간 평행선이 계속된다면, 결국 지역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협화음으로 인해 서로만 힘들어지고 11만 영종주민들에게도 피해만 줄 뿐이다.

영종지역에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민원들이 산재해 있다. 손 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서로가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한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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