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리→160마리’ 마약왕 하마, 왕성한 번식력 자랑한 최후
2023-03-06 09:17


지난 2021년 4월 콜롬비아 아시엔다 나폴레스 공원에서 하마들이 호수에 모여있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애완용으로 들여온 하마의 후손. [AP=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현지에서 기르던 애완용 하마의 후손들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 끝에, 뿔뿔이 해외로 흩어지게 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주 메데인에서 있는 개인 동물원에 수컷 하마 1마리와 암컷 하마 3마리를 들여왔다.

마약을 팔아 번 돈으로 전성기 시절 세계적인 부호 자리에 오른 그는 코끼리·기린·얼룩말·캥거루 등 야생동물을 들여와 자신만의 애완동물로 기르는 것이 취미였다.

에스코바르가 만든 동물의 왕국은 천적이 없고 물과 먹잇감이 풍부했다. 마그달레나 강 유역에서 발빠르게 적응한 하마들은 1993년 에스코바르가 사살된 이후에도 당국이 해당 지역에 그대로 남겨뒀다. ‘코카인 하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이들 하마는 마그달레나강 유역에 홀로 정착해 급속도로 번식했다. 추정 개체 수만 130~160마리에 달하는 하마 왕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과학자들이 생태계 교란 우려를 내비치면서 당국은 두 팔을 걷어붙이게 됐다.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이대로라면 20년 내 하마 개체 수가 1500마리로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특정 박테리아가 많은 하마 배설물이 수역 산소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어류 생태계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학술지 '생물보존'에 지난 2021년 실린 논문은 하마가 작물을 훼손하거나 주민들에게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하마의 개체 수를 조절하려 중성화를 시키거나 피임 약물을 화살로 주입하는 시도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하마 개체 수의 절반 정도인 70마리를 인도(60마리)와 멕시코(10마리)의 자연보호구역에 각각 이주시키기로 최근 결정했다.

안티오키아주 주지사 아니발 가비리아는 현지 매체 블루라디오(Blu Radio)와의 인터뷰에서 "그들(하마)을 수용할 능력이 있는 나라에 보내고 번식을 통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인도와 멕시코는 하마들의 자연 서식지는 아니다. 가비리아 주지사는 이에 대해 "아프리카에 보내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비리아 주지사에 따르면 콜롬비아농업연구소 등의 승인을 거치면 올 상반기 내에 하마들의 이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하마들은 특수 상자에 담겨 비행기로 운송되며 상황에 따라 진정제가 투여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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