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권리 넓혀가는 동성커플…‘불수리’ 처리에도 혼인신고 1년새 30건
2023-03-06 09:56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소성욱·김용민 씨 부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부부가 동성일 경우에도 혼인신고 접수가 가능해진 가운데 시구청의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동성 간 혼인신고 접수가 1년 사이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동성부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권리도 2심에서 승소한 것을 계기로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도 인정하는 사례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6일 헤럴드경제가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동성 부부 혼인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2022년 3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의 동성 간 혼인신고 총 접수 건수는 28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3월 25일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바뀐 것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정비된 직후 신청된 동성 간 혼인신고 총 접수 건수는 월별로 ▷2건(4월) ▷4건(5월) ▷4건(6월) ▷1건(7월) ▷4건(8월) ▷2건(9월) ▷2건(10월) ▷1건(11월) ▷2건(12월) ▷3건(1월) ▷3건(2월 3일 기준) 등이다.

다만 혼인신고 접수가 가능해도 동성부부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관련 서류를 기입하는 기록과 등기 과정에서 불수리 처리된다. 그럼에도 매달 평균 2건 정도의 동성 부부의 혼인 신고가 접수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동성혼을 불법으로 간주하진 않지만 아직 행정청 등 정부 기관에선 동성혼 관계의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혼인신고 접수가 수리되지 않는데도 신청 건수가 매달 들어오는 것은 동성커플의 법적인 혼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기 위한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동성 부부가 법적인 부부 관계로 인정되진 않고 있지만,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인정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부장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1월 재판부가 1심에서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판결 이유를 뒤집은 것이다. 이로 인해 동성 부부에 대한 법적 혼인 관계도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공단은 이번 승소에 불복, 오는 7일까지 대법원에 상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도 이번 판결을 지지하고 있어 향후 국내에서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야 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 반대를 재확인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과거 성소수자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배제됐던 것에 반해, 현재는 지속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2심에서 승소한 것과 더불어 동성 부부를 배제하는 게 점차 차별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등 긍정적인 제도적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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