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월·분기·반기·연’...근로 유연화로 공짜야근 끊는다
2023-03-06 11:16


앞으로 일감이 몰리는 사업장에선 합법적으로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현재 ‘1주 단위’로 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일감이 몰려도 연장근로를 1주에 12시간까지밖에 할 수 없어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공짜 노동’을 제공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근로시간 유연화로 공짜야근 없앤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현재 주 단위에 한정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등까지 확대해 산업 현장의 선택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의 핵심은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주52시간제 단위 기간의 확대다. 지금은 1주에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만 허용한다. 개편안은 기업들이 근로자와 협의해 1주를 1개월, 1분기, 6개월(반년, 반기), 1년으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법정근로를 뺀 연장근로는 이론상 1개월당 52시간, 1분기 156시간, 6개월 312시간, 1년 625시간까지 가능하다. 대신 일한 시간을 1주로 나눴을 때 평균 52시간만 맞추면 된다.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에서 확대한 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만의 개혁이다. 선진국에서도 채택한 제도다. 일이 많을 때 집중해서 일하고,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쉬면서 궁극적으로는 총근로시간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 건강권 우려에 대해선 이른바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를 통해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안은 1개월 단위 연장근로는 제한을 씌우지 않되 1분기 단위 연장근로는 156시간의 90%(140시간), 6개월은 312시간의 80%(250시간), 1년은 625시간의 70%(440시간)까지 상한을 정했다.

아울러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일부 운송업과 보건업 같은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전 업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일이 가장 몰리는 주간이라도 전 업종에서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정한다. 다만 11시간 휴식이 어려운 사업장은 규정을 피하되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낮췄다. 기업과 근로자는 ‘11시간 연속 휴식과 1주 최대 69시간 근로’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1주 최대 64시간 근로’를 두고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대한 마지노선을 ‘4주간 주간 평균 64시간’을 최대 근로시간으로 정했다. 4주 평균 64시간 근로는 정부가 산업재해 판정을 위해 정한 만성과로 인정 기준이기도 하다.

▶저축한 연장근로 휴가로 적립 ‘근로시간저축계좌제’=아울러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4시간 일한 뒤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하는 근로기준법도 고쳐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하면 퇴근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할 예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 줘야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부득이 한 사정이 생겨 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30분을 채워야 해 오히려 불만이 높았던 부분도 존재했다.

노동계에선 정부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한다”며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해 가면서 세 원칙이 산업현장에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