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시장 ‘2050년 600조’…판을 선점하라
2023-03-08 11:20

니켈 등 값비싼 소재 수입의존도 낮춰야
재활용 기술개발이 곧 정부·기업 경쟁력
포스코·에코프로·고려아연 등 잇단 진입



포스코그룹의 폴란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PLSC’. [포스코홀딩스 제공]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폐배터리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정도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15만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2037년에는 15만대 이상의 폐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완성차·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폐배터리와 관련된 고민이 계속되는 이유다.

7일 글로벌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Recycling) 시장은 폐배터리와 스크랩을 포함해 2030년 143만6000t, 2040년 500만9000t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미화로 환산한 시장 규모는 2030년 536억900만달러(약 70조원),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28조원)에 달한다. SNE 리서치는 “2050년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규모가 한화 기준 6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폐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요인은 전기차 판매와 관련이 깊다. 실제 S&P 글로벌 플래츠와 SNE리서치는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 2700만대에서 2040년 5700만대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40년 전기차 폐차 대수만 4227만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를 생산하는 이차전지 업체는 폐배터리의 활용 방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각국의 환경 규제는 물론,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는 전기차 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이며, 이와 관련한 기술 개발이 정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부터 각 분야에 어떻게 폐배터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을 대부분 수입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폐배터리 시장은 ‘블루오션’ 산업군으로도 분류된다. 배터리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양극재가 비싼 이유는 주요 광물인 니켈·코발트·망간·리튬가격의 영향이 크다. 전문가는 폐배터리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면 핵심 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업계의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도 꾸준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를 비롯해 포스코,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철강·소재 기업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가 주축이 돼 2021년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PLSC를 설립했다. 국내 업체 성일하이텍과 협업해 공장을 운영한다. 2021년 10월 공장을 착공해 작년부터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스크럽을 활용해 배터리 제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는 7000t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10년간 LG에너지솔루션에 2만t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성장동력으로 BMR(Battery Metal Recycle)을 선정하고,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앞세워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광물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 포항 배터리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는 최근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로부터 폐배터리 원료를 공급받아 ‘SK온→완성차 업체→어센드 엘리먼츠→에코프로→SK온’으로 이어지는 자체 폐배터리 생태계를 완성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규모는 아직 높지 않지만, 앞으로 해당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전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회사의 기대도 크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계열사인 켐코를 설립해 폐양극재에서 전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삼성SDI는 중견업체인 성일하이텍과 제휴해 배터리 스크랩·불량 셀 등의 원료를 추출하고 있다. 현재 천안·울산 공장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회수해 광물을 추출하고 있으며 헝가리 등 해외 거점 생산공장까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최근 정부가 ‘배터리 얼라이언스’와 ‘재자원화 얼라이언스’라는 조직을 발족하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산업 비전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 조만간 국내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판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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