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60년 연금 수급자 〉 가입자
2023-03-09 11:38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후 빈곤을 막을 최후의 안전판인 공적 연금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오는 2060년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대비 43.3% 감소하면서 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가입자-수급자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4면

▶연간 출생아 25만명 선 붕괴=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극심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전체 국민을 먹여 살릴 20~64세 인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OECD가 발행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 보고서를 보면 2060년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43.4% 감소할 전망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가장 크다.

▶2060년 국민연금 ‘수급자〉가입자’=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입자를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99만명인 데 비해 연금 수급자 수는 527만명으로, 가입자 수가 수급자 수보다 4배가량 많다. 2060년이 되면 가입자(1251만명)보다 수급자(1569만명)가 더 많아진다. 낼 사람은 적은데 받을 사람은 많은 상태가 된다.

수급자 수를 가입자 수로 나눈 ‘제도부양비’ 수치는 2078년 143.8%로, 최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두 명이 수급자 세 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이 남아날 리 없다.

지난 1월 말 발표된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지금부터 18년 후인 2041년부터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32년 후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재정추계에 비해 적자와 기금 소진시점이 각각 1년,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2023년 출생한 이가 생애 최고 소득을 올리게 될 50대 중반(2078년)쯤에는 소득의 최고 35%를 연금보험료로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5년 전 재정추계 당시에는 최고 30%였는데 5%포인트 더 올라갔다. 2078년에는 수급자가 가입자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경제성장이 더뎌지면서 기금 투자수익률도 크게 오를 만한 요인이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더 내고 덜 받는’혹은 ‘더 내고 동일하게 받는’ 방향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5차 추계에서 기금 소진시점이 2년 앞당겨진 건 미래 세대에 매우 큰 부담”이라며 “빨리 보험료율을 올리고 국민연금을 앞으로 적게 주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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