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가 열려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향후 당정관계에서 ‘정책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어젠다 경쟁이 치열해질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주요 정책에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며 “정책 의총을 오늘 하지만, 출석율이 떨어지고 어떤 때는 속상하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야당이 아니고 여당이다. 당이 정책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에 정책 주도권을 넘겨주면 민심과 이반되거나 탁상에서만 논의되는 행정적 식견에 바탕해 국민들의 실제 필요한 욕구를 제때 정확하게 충족하지 못하는 사태를 저는 빈번하게 봐 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겪은 바에 의하면 여당이 되는 순간 당의 정책 주도권이 너무 중요하다”며 “설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당정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강화하는 노력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민심에 부합하는 정책 주도권이 생기고, 국민께 필요한 입법·예산·정책을 반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에도 주변에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정책위를 키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발언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정책위에 몸담았던 경험에서 비롯한 소신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제1정책조정위원장, 제4정책조정위원장,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2013~2014년 박근혜 정부 초대 정책위 의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정책위 의장 출마 선언에서도 “여당의 정책팀이 정부를 리드해나갈 수 있도록 강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임기 동안 ‘상시 당정협의 체제’가 처음으로 구축됐다.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는 박근혜 정부 초기 여야 합의로 처리된 세법 개정안이 꼽힌다. 당시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후폭풍이 거셌다.야당은 중산층 직장인 434만명의 세 부담이 증가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정책위 의장이었던 김 대표는 물밑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세 부담을 완화한 수정안을 마련해 여야 협상의 단초를 마련했다. 공개 석상에서 정부를 향해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의 주머니에서 손쉽게 세원을 마련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독서망양(讀書亡羊·다른 일에 정신을 쏟다 낭패를 당하는 모습)” 등 직언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는 울산 대표 정치인이란 이력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정책통”이라며 “정책위 의장 시절 정책에 욕심이 많았고, 당정협의에서 정책 논의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강한 정책여당’으로 키우겠다는 김 대표의 일성은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통상 총선을 앞두고 별도의 공약기획 조직이 꾸려지지만, 당의 정책 중추를 담당해 온 정책위의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당의 정책 주도권 강화는 곧 정책에 민심이 담긴다는 것”이라며 “총선을 앞뒀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시도”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정책위 의장 하마평에는 재선인 송언석·김성원·류성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정책위 의장은 오는 4월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총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 임기는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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