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오창공장 생산라인(왼쪽부터)과 화성에 위치한 기아 EV6 생산라인,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배송 로봇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팟. [각사 제공]

정부가 첨단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에 5년간 총 25조원을 투입한다. 민간 분야에는 550조원을 유치한다. 6대 핵심 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 분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초격차 전략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미래 친환경차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 미래차와 이차전지에 투자를 집중하고, 2차산업 전반에서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로봇 분야의 성장판을 연다는 청사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소재 제조업체를 찾아 “경제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자산으로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한 실제 대응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도약을 목표로 2026년까지 민관이 힘을 합쳐 총 39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차전지 생산용량을 60GWh 이상 수준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주행 가능거리가 500㎞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 가능거리를 80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이른바 ‘K-배터리’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에도 함께 노력한다.

이차전지 분야의 ‘히든 챔피언’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산업은행 등을 통해 장기·저리 대출과 보증을 제공하면서 정부가 올해 정책금융 5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차전지 강소기업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투자 민간펀드도 운용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여파로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광물 수급지도도 개발한다.

국내 완성차 생산기지를 미래차 ‘글로벌 빅 3’로 조성하는 큰 그림도 그렸다. 현재 국내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르노자동차코리아, GM한국사업장, 쌍용자동차 등 4개 완성차 브랜드가 있지만 수출용 미래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이에 정부는 향후 5년간 95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토지이용계획도 변경한다. 완성차업체가 미래차 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래차 관련 소프트웨어 인력도 2030년까지 3만명 수준으로 육성한다.

국내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시장 대응을 위해 올해 미래차전환특별법도 제정한다. 소규모 업체가 내연기관 부품에서 미래자동차 부품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자동차코리아나 GM한국사업장 등이 내연기관차량 생산 중심으로 한국 기지를 활용해 미래차 전환에 대한 국내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세금이나 제도적인 측면을 개선해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국내에서 미래차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로봇도 기대가 큰 분야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7000억원의 금액을 투자해 글로벌 첨단로봇 제조국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민관이 함께 첨단 로봇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감속기, 서보모터, 그리퍼, 센서, 제어기 등 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5개 핵심 부품의 독자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로봇 분야에서 51개 핵심 규제를 도출하고, 내년까지 이 중 39개 과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다양한 사업모델 실증과 사업화를 위해 ‘국가로봇테스트필드’도 구축한다. 일자리 미스매치 위험 분야로 불리는 용접, 조리, 돌봄 등 분야에서 로봇 사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