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마을 휘돌아 감싼 동강이 빚은 ‘한폭의 동양화’
2023-03-28 11:41


정선 연포마을

연포마을은 강물이 크게 휘돌아나가는 정선 동강이 감싼 마을이다. 그리고 3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높디 높은 낭떠러지가 한 겹 더 감싼다. 절벽 위 드라이브 코스 근처에서 내려다 보면 한폭의 동양화요, 마을안에 들어가면 햇살받은 주민 표정이 아름다운 인상주의 회화다.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지인 연포분교에 다가서자 지금은 중년 전후가 되었을 예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 하다. 지금은 국민 생태 캠핑장으로 바뀌었다.

▶에코 샹르릴라를 꿈꾸며= 예미역에서 출발해 예미교차로에서 유문동·동강 방면으로 직진하면 산비탈에 너른 밭이 펼쳐진 유문동이 나온다. 몇 가구가 드문드문 모여 있고, 슬레이트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정자가 있는 곳, ‘동강 가는 길’ 이정표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문동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고성리재를 오르는데, 터널이 있다. 일반 터널과 달리 입구가 너무 좁아 잠시 주춤한다. 고성터널은 1985년 고성리재 아래로 수도관을 묻으며 생긴 도수 터널(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산을 뚫어 만든 길)이다. 내부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큼 좁고 어둡다. 갱도 터널을 연상케할 정도로 작지만, 지름길이라 주민과 캠핑족들이 이용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나와도 첩첩산중. 머지 않아 신비의 샹그릴라가 펼쳐질 듯 하다.

동강고성안내소를 지난뒤 삼거리에서 왼쪽 연포길로 가면 덕천리 원덕천마을이 나온다. 잠시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둘러본다.

옥수수밭 한가운데 외양간에선 어미소와 송아지가 평화로운 표정으로 여물을 먹고 있다. 외양간 앞에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하룻밤 달이 세 번 뜨는 마을= 구불구불 물레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그 옆에 동강 일대 최고봉 백운산이 장수처럼 버티고 섰다. 물레재 정상에는 솔숲이 우거지고, 서낭당이 자리한다. 물레재는 옛날 고갯마루에 실을 뽑는 물레가 걸려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포마을과 소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려면 물레재를 넘어야 했다. 도로가 없을 때는 걸어서 험한 고개를 넘었다.

물레재에서 내려오면 소사마을이다. 이 산비탈 마을은 U자 물길과 평행하게 우뚝 선 칼봉·둥근봉·큰봉의 절벽(뼝대)와 동강을 바라본다. 세 봉우리에서 하룻밤 달이 세 번 뜬다고 한다. 소사마을에서 내려오면 동강을 건너는 세월교와 만나는데 이 역시 운치가 있다. 과거 섬이던 연포마을을 세상과 연결시켜준 다리이다.

캠핑장 옆 연포상회는 마을의 유일한 가게이자 식당으로,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 소사마을에 살던 곤옥란씨 부부가 20여년 전 인수했다. 곤씨의 세 아들도 연포분교를 나왔다. 지금도 명절에 모이면 다리 없던 시절, 줄배를 타고 등교하던 풍경을 이야기하며 웃는다고 한다.

연포마을에서 나와 동강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자. 다시 물레재를 넘어 원덕천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면 제장마을 입구다.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동강과 백운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에메랄드빛 소(沼)= 고성리에는 걸출한 전망대가 두 개 있다.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과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다.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은 삼국시대 성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 넉넉히 한 시간쯤 걸리다. 동강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이름 부터 이례적으로 ‘전망’란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동강 조망이 참 좋은 곳에 들어섰다.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숙소가 없는 캠핑장이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 흐르는 동강 풍경이 압도한다. 명당으로 알려진 1·2번 데크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다. 휴양림은 전기 시설을 갖춰 사계절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하지 않더라도 휴양림에 자리한 카페의 커다란 유리창으로 동강을 볼 수 있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달린다. 야트막한 언덕에 나리소전망대가 있다. 동강이 백운산 아래로 흐르다가 작은 소(沼)에 에메랄드빛으로 담겨 백사장과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다시 동강을 끼고 한동안 달리면 가탄마을 거쳐 가수리에 닿는다.

예미초등학교 앞 언덕에는 수령 57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우뚝 섰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평상에 앉아 평화로운 동강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정선 동강 일대, 초록색 나라의 앨리스 같은 ‘에코 샹그릴라 여행’은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남해 미조항 해안산책로

▶보은 말티재와 봉화 미슐랭길= 한국관광공사는 4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낭만과 그리움을 찾아서, 인천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 ▷열두 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보은 말티재 ▷살랑살랑 차 타고 봄 타러, 국도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남해 물건항에서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낭만의 물미해안도로를 선정했다.

보은 말티재는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만난다. 황매화 1만 8000주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던 이 험준한 고갯길을 신라 사람도, 고려 왕건도, 조선의 세조도 걸었다.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봉화 국도35호선 구간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일찌감치 별을 부여한 길이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좋고, 예던길 선유교는 이 코스의 대표적인 산책로이다. ‘예다’는 가다는 뜻으로 단종 사형집행관인 왕방연이 ‘울어밤길 예놋다(가도다)’라는 시구에서 썼다.

인천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를 하다가 해 질 무렵이 되면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이 그림 처럼 떠 있다. 정동진의 반대 방향 정서진은 조약돌 모양을 본뜬 ‘노을종’과 고즈넉한 아라빛섬, 아라타워 23층에 있는 전망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남해군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약 15㎞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섬들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초전·항도 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이 우리 더러 들렀다 가라고 손짓한다.

함영훈 기자·진우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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