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수순? 尹대통령, 양곡법 정부 우려에 “존중…숙고 후 결정”
2023-03-28 15:42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주무 부처 장관들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듣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당정 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양곡관리법 관련 구두 보고를 듣고 이같이 말해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행사이자,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약 7년만의 행사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량이 3~5%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초과 생산될 경우 ▷쌀 가격이 전년 대비 5~8% 범위에서 농림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날 정 장관은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현재도 만성적인 공급과잉인 쌀 생산 과잉 구조가 더 심각해져 2030년에는 초과 생산량이 63만톤에 이르고, 이를 정부가 사들이는데 1조4000억원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쌀값 하락, 식량안보 저해, 타품목과의 형평성 논란 등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정 장관은 또, 이날 아침까지 33개 농어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추 부총리 역시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농업생산액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 불과하지만, 쌀 관련 예산 규모는 30% 이상을 차지하는 커다란 편중과 불균형이 온다”며 “국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정부 양곡 매입단가는 kg당 2677원인데 3년 비축 후에 주정용으로 판매할 때는 kg당 400원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재정에 큰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쌀 적정 생산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며 “이번 주 내로 당정 협의를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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