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두 동으로 구성된 총 60가구 규모의 ‘센터빌리지나기(Center Village Nagi)’. 나기초에서 운영 중인 네 가지 유형의 임대주택 중 가장 공급 가구 수가 많은 정주 촉진 주택으로 나기초로 오는 이주자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 신혜원 기자
[헤럴드경제(오카야마현)=김빛나·신혜원 기자]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마을(奈義町·나기초)의 ‘출생률 2.95명’ 기적은 출산·양육·일자리 시책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등 전반적인 정주 지원책이 종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나기초는 젊은 부부들의 마을 정착, 육아 세대의 주거 부담 경감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성공 지역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15일 오후 나기초 육아 시설 ‘나기 차일드 홈’에서 남동쪽으로 5분쯤 걷다보니 공공임대주택 ‘센터빌리지나기(Center Village Nagi)’가 보였다. 센터빌리지나기는 나기초에서 운영 중인 네 가지 유형의 임대주택 중 가장 공급 가구 수가 많은 정주 촉진 주택이다. 5층 규모의 아파트 두 동, 총 60가구 규모로 이뤄진 이 주택은 도보 10여분 거리에 나기초등학교, 나기중학교가 있어 육아 세대의 선호도가 크다.
이날 찾은 센터빌리지나기 단지 내 놀이터에는 평일인 만큼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진 않았지만 주말이 되면 초등학생 아이들로 가득 찬다는 설명이다. 나기초 동사무소 정보기획과 아라이 아키오 씨는 “여기에 살고 있는 대부분이 가족 단위”라며 “토요일, 일요일에는 놀이터가 아이들 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나기초 동사무소 정보기획과 아라이 아키오 씨가 공공임대주택 ‘센터빌리지나기(Center Village Nagi)’를 가리키며 나기초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혜원 기자
센터빌리지나기는 정주 촉진 주택인 만큼 나기초로 오는 이주자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고, 입주 조건으로 마을 자치회 활동 및 지역 활동 참가가 요구된다. 이주자들의 마을 생활 적응과 안정적 정착을 위한 포석이다.
월 임대료는 층별로 2만2000엔(한화 약 22만원)~3만엔(약 30만원) 수준으로 3월 중순 기준 만실이다. 센터빌리지나기는 임대료가 나기초 임대주택 중 가장 저렴한 만큼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공실 공고를 내는데 이때마다 모집 가구 수의 2배 넘는 인원이 몰린다.
아라이 씨는 “임대료 가격이 저렴해서 센터빌리지나기에 살기 위해 젊은 층이 많이 온다. 주로 20대 후반부터 30대가 많다”며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육아가 안정될 때까지 여기서 거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라이 씨는 또 “오사카 도심부였다면 같은 면적의 공동주택의 월 임대료가 20만엔(약 200만원) 정도였을 것”이라며 “타지 사람들의 나기초로의 정착을 늘리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 가격을 저렴하게 낮춰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찾은 '그린빌리지나기(Green Village Nagi)'(위)와 '파크사이드나기(Park Side Nagi)'의 모습. 각각 단독주택 12가구, 5가구로 구성된 임대주택으로 월 임대료가 5만엔(한화 약 50만원)이다. 신혜원 기자
센터빌리지나기가 공동주택 형태라면 ‘그린빌리지나기(Green Village Nagi)’는 보다 이국적인 외관의 단독주택 형태 임대주택이다.
총 12가구 공급된 그린빌리지나기는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월 임대료는 5만엔(약 50만원)이다. 아라이 씨는 “정주 촉진 주택은 아파트 형태라 아이들이 뛰면 층간소음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동사무소에서 땅을 매입해 지었다”며 “최신식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층간소음 걱정없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그린빌리지나기 주택 앞에는 ‘참새의 이마’로 불리는 자그마한 마당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마당 곳곳에는 어린이용 자전거 또는 미니 킥보드 등이 놓여 있었다.
그린빌리지나기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임대주택 ‘파크사이드나기(Park Side Nagi)’ 또한 빨강, 남색 외벽 페인트칠이 눈에 띄는 단독주택이었다. 그린빌리지나기와 같은 임대료 수준으로 5가구 규모다. 오후 3시께 찾은 파크사이드나기에는 막 하교한 듯 책가방을 입구에 놔둔 채 삼삼오오 모여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15일 찾은 '파크사이드나기(Park Side Nagi)' 한 주택 앞에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 신혜원 기자
이뿐 아니다. 4가구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유스메종나기(Youth Maison Nagi)는 방 구조에 따라 월 임대료 4만5000엔(약 45만원)~5만엔(약 50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주 촉진 주택인 센터빌리지나기를 제외한 세 임대주택은 청년주택으로 분류돼 40세 이하, 또는 자녀가 중학생 이하의 나이인 부부가 거주 가능한 게 특징이다. 자녀 나이 기준은 첫째 아이가 아닌 마지막에 낳은 자녀 기준이므로 아이를 더 낳을수록 임대주택에 오래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라이 씨는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나가게 되는 기준이 있으니 거주자들은 몇년 뒤에 임대주택을 나가야 할지 미리 예상을 하고 돈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기초에 계속 거주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임대주택을 나가는 시점에 맞춰 단독주택을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기초는 총 81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모두 만실인 상황을 고려해 단독주택을 더 짓기로 했다. 다만 센터빌리지나기와 같은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선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아직은 단독주택 형식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공공임대주택 시책 외에도 나기초는 정주 촉진 및 주택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주택개발 공사비도 지원하고 있다. 나기초에 주택을 짓는 민간건설사에 165㎡당 최대 100만엔(약 1000만원) 공사비(상하수도 정비 비용 포함)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민간과 나기초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간투자개발사업(PFI·Private Finance Initiative)에 착수해 주택개발을 위한 부지 약 4.5ha를 확보하는 등 주택 공급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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