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중국의 복수”…미국의 반도체 압박에 전기차 가격만 오르나 [비즈360]
2023-04-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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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김지윤 기자] 미국이 중국을 향해 글로벌 산업 공급망 배제 강도를 높이자 중국 또한 반격 수위를 거세게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메모리 기업 규제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전기차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광물 수출 금지 조치에 착수했다. 특히 전세계에서 중국이 절대적 점유율을 보유한 자원을 ‘보복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기차까지 한국 핵심 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요미우리신문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산업기술 관련 수출 규제 품목 리스트(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이른바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같은 개정 작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 안에 이번 개정안이 채택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외에도 휴대전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군사·민간 이중용도인 항공기와 로봇 등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인다.

희토류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은 15%이다.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은 10% 이하다. 당장 일본도 깜짝 놀란 눈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공급이 끊어질 경우 경제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전기차 전환을 추진 중인 국내 자동차 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희토류 원소 중 하나인 네오디뮴의 경우 전기차 모터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자력이 강한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주로 사용한다. 네오디뮴으로 만든 자석은 부피가 작지만 영구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큰 힘이 필요한 전동기나 발전기, 전기차 등에 네오디뮴 자석이 쓰이는 이유다. 원자재인 희토류 가격이 높아질수록 영구자석과 모터 값이 오르고, 이는 차량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전기차에서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의 차량 원가 비중은 배터리 다음으로 높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위해 원가 절감을 추진 중인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희토류 등 일부 원자재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가 해결되지 않는 숙제인 셈이다.


중국 장시성 희토류 광산[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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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전날 모터시스템과 통합 충전시스템의 원가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대 3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는데, 향후 원자재 가격 변동이 이 같은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심화하면서 결국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중국의 규제는 최근 불거진 미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배제 갈등에서 비롯됐다. 특히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두 국가의 기싸움이 전방위적으로 뻗어나가는 형국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나아가 중국이 한국, 일본, 대만을 미국 동맹국으로 간주해 협공에 대한 반격 대상을 미국 외 이들 3국으로 넓히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가 지난달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협의체 참여국들이 잠재적인 중국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4개국 연합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제재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한층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중국 1위 낸드 기업인 양쯔메모리(YMT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같은 기간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어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달 확정된 미국 반도체 보조금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은 보조금 수혜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의 ‘의미 있는 확장’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보복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달 31일 미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을 대상으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시작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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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동참하자,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섬세한 회로 패턴을 기판에 기록하는 노광장치, 세정·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 첨단 반도체 분야 2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과단성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일본은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5%로, 미국(40%)에 이은 2위 국가다. 중국에서 대규모 메모리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중국 내 투자와 설비 관련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그야말로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와 전기차를 넘어 어디까지 갈등 국면이 더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기업과 정부가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어렵지만 두 국가의 갈등 국면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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