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아기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수면 환경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스마트 침대 스누(SNOO)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Happiest Baby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부모의 잠을 보장하는 것은 아이를 더 큰 위험과 사고에서 예방하는 길입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일이 잠과의 싸움이다. 밤이면 영문도 모른채 우는 아기를 달래며 쪽잠을 자기를 몇 개월. 덕분에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지만, 부모들의 신체와 정신은 어느새 피폐해져있기 일쑤다. 이렇듯 육아에서 늘 부모의 ‘수면권’은 뒷전 취급을 당해왔다.
소아과 의사이자 아동학 박사인 하비 카프는 이렇게 아무도 살피려하지 않았던 부모들의 수면에 주목했다. 그는 부모들이 더 질 높은 수면을 취할수록 산모가 산후우울증을 겪을 확률은 낮아지고, 피로로 인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돌보는 육아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들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아기침대 ‘스누’(SNOO)는 이렇게 탄생했다. 카프 박사는 ‘해피스트 베이비’란 회사를 설립하고, 디자이너 이브 베하와 MIT 연구원인 뎁 로이와 함께 아기가 누워 자궁 속 처럼 느낄 수 있는 침대를 고안해 지난 2016년 스누를 출시했다.
스누는 밤새 아기를 부드럽게 흔들고, 백색 소음을 내며 아기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한다. 만약 아기가 울거나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흔들림과 소리의 크기를 자동으로 증가시켜 아기가 다시 수면에 들 수 있게 한다.
스누(SNOO) 작동 예시 [유튜브 @HappiestBaby 갈무리]
해피스트 베이비의 내부 연구에 따르면 스누를 사용할 경우 영유아의 밤 평균 수면시간은 스누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1시간 가량 많다. 또한 생후 2개월이 된 아기의 경우 스누에서 재울 경우 7시간 가량 ‘통잠’이 가능하다.
외신들은 “밤새 우는 아기를 재우느라 잠이 들지 못한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 스누 덕분에 수면과 삶의 질이 높아진 부모들이 늘면서 스누는 입소문을 탔고, 금새 카비 박사의 사업규모도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아기와 부모에 대한 수면 고민이 대기업을 키워냈다”고 전했다.
카프 박사는 부모의 수면권을 보장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부연했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스누는 피곤한 부모와 우는 아기들과 관련된 의료 비용을 줄여준다”면서 “기다가 고용주들은 생산성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현재 스누의 가격은 1700달러(약 224만원)다. 월 임대료도 150달러(약 20만원)이다. 때문에 형편이 여의치 않는 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모의 질 높은 수면이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자리잡게 된 것이다.
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스누는 부유한 부모들만이 더 나은 수면을 제공받을 수 있는 비싼 제품으로 간주돼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아기침대 스누(SNOO). 2016년 출시된 이 제품은 높은 가격 탓에 그간 부유한 부모들만 쓸 수 있는 육아 아이템으로 여겨져왔다. [Happiest Baby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스누에 대한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스누가 필수 육아템이 될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누가 지난달 31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기들이 반듯하게 누워 안전하게 잠을 자도록 하는 것이 입증된 최초의 침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FDA가 주목한 스누의 핵심 효과은 ‘영아돌연사증후군’(SIDS,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건강해 보이는 영아가 돌연사 하는 것) 예방이다. 카프 박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부모의 수면을 보장하기 이전에 스누를 개발한 가장 큰 동기는 “SIDS를 예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과 의사로서 불행히도 SIDS를 직접 본 적이 있다”면서 “스누의 가장 혁신은 아기를 밤새 반듯이 눕혀서 재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누는 아기를 침대에 고정시켜 아기가 뒤집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카프 박사는 2년전부터 스누를 의료기기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스누에서 잠을 잔 아기들의 3억5000만시간의 익명화된 데이터를 수집, 스누의 효능을 검증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스마트 아기침대 스누(SNOO)를 개발한 하비 카프 박사 [Happiest Baby 홈페이지 갈무리]
외신들은 스누가 FDA 승인을 받음으로써 조만간 부모들이 스누를 구입할 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미 해피스트 베이비는 여러 보험회사들과 보험 혜택 마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스냅이나 퀄컴, JP모건 등 미디어나 금융업계에서는 사원 혜택으로 스누를 제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카프 박사는 “스누가 진짜 부모와 아기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부모가 돈이 많은지, 좋은 회사에 다니는지, 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 조차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새로운 부모들이 원한다면 스누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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