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던 한국 수출이 반도체 침체와 함께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 무역이 확산하고,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 같은 기조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6일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6835억8500만 달러에 그쳤다. 작년 전 세계 수출액이 24조9044억89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로 뚝 떨어졌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4년(3.02%) 처음으로 3%를 넘은 이후 2018년(3.09%)까지 5년 연속 3%대를 기록했다. 2017년(3.23%)에는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해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진 2019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2.85%→2.90%→2.88%→2.74%)으로 2%대에 머물렀다.
작년(2.74%)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은 2008년(2.61%)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다.
무역협회 추산으로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하락하면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9%까지 올랐다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17.3%→19.4%→19.9%→18.9%) 20%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1∼3월에는 비중이 13.6%로 뚝 떨어졌다.
지난달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 행진이 13개월째 이어졌다.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477억84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3월까지는 224억100만 달러로 이미 작년치의 46.9%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무역(수출입) 규모에서 차지하는 무역적자의 비중은 3.4%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외환위기 시기인 1997년(3.0%)보다 높았다.
특히 올해 1∼3월 무역적자 비중은 6.9%로 지난해(3.4%)의 2배가 넘었다. 세계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로는 IMF 외환위기가 도래하기 한 해 전인 1996년(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무역수지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무역 구조상 세계 수요 변동에 민감한 중간재 품목의 수출 비중이 74%,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중국, 베트남 등에서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수요가 줄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중간재에 대한 자국산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3대 에너지원(석탄·석유·가스)의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 수지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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