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마이어(독일)의 ‘노들 아트 아일랜드’(노들예술섬).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강 노들섬의 미래 모습을 그린 세계적 건축가들의 7가지 작품이 공개됐다. 과연 이 중 어느 것으로 최종 낙점될까.
김찬중의 ‘노들링’은 특히 심플하면서도 혁신적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서울의 새 상징 대관람차 ‘서울링’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커플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페이스북 계정 ‘오세훈 Oh Se-Hoon’을 통해 “여러분들은 어떤 디자인안이 가장 맘에 드시나요?”라며 7가지 작품 디자인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김찬중의 노들링. [서울시 제공]
앞서 서울시는 전날 시청 본관에서 ‘노들 글로벌예술섬 디자인공모 대시민포럼’을 열었다.
시는 이 포럼을 통해 지명공모 방식으로 접수한 국내외 7개 설계팀의 노들섬 디자인 구상안을 처음 공개했다.
노들섬의 새 얼굴을 그리기 위한 디자인 계획안 확정 전, 시민들과 사업 취지와 방향을 공유한다는 취지다.
시는 구상안을 참고해 노들섬을 스페인 세비아의 메트로폴 파라솔, 미국 뉴욕의 베슬 등과 같은 세계적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7가지 작품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한 뒤 이를 공공분야 시범사업에 적용한 첫 사례다.
당시 발표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은 앞으로 서울에 다양한 디자인의 특색 있고 상징성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고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민간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 도시·건축 혁신 디자인을 유도·확산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7개 설계팀에 5가지 기준 담은 구상안 요청=시는 건축가들에게 ▷한강을 유람하며 다채로운 문화 체험이 가능한 예술 보행교(아트 브릿지) ▷ 공중에서 한강을 조망하는 노들섬의 새로운 아이콘(스카이 트레일·노을 전망대) ▷한강 수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수변공간(바운드리스 쇼어) ▷한강과 더 가까워지는 입체적 수변공간(팝업 월) ▷한강과 여의도의 석양을 배경으로 하는 수상 공연장(수상 예술무대) 총 5가지 주제를 담은 기본 구상안을 요청했다.
스페인 세비아의 메트로폴 파라솔을 설계한 위르겐 마이어(독일)는 ‘노들 아트 아일랜드’(노들예술섬)를 내놨다.
노들섬 상부 전망대와 강북 방향의 연결로가 이어지도록 구상했다.
서측에 야외 휴식 공간과 문화행사 공간을 넣었고, 동측에는 우리나라 전통 탑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워터타워가 있는 수상레저 공간을 배치했다.
미국 뉴욕의 베슬을 설계한 토마스 헤더윅(영국)은 ‘사운드스케이프’(음악적 파노라마)를 다양한 곡선으로 꾸며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또한 쉼터 등 외부공간과 공연장·연습장 용도의 건물을 배치했다.
상부에 음파 형태의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넣었고, 기존에 차도로 분리됐던 동서 측을 보행로로 연결하며 수상 예술무대를 연출했다.
토마스 헤더윅(영국)의 ‘사운드스케이프’(음악적 파노라마). [서울시 제공]
신승수의 ‘브릿지드 아키펠러고’(다리로 연결된 군도)는 전체 디자인을 섬들의 집합 형태로 고안했다.
동서 측에 각각 커다란 두 개의 산을 형상화했고 산 안에는 다시 4개의 섬을 둬 다양한 공간을 연출했다. 전시 공간으로 하류에는 워터 가든, 상류에는 포레스트 가든을 제안했다.
신승수의 ‘브릿지드 아키펠러고’(다리로 연결된 군도). [서울시 제공]
강예린+SoA의 ‘노들 아쿠아 팔레트’는 브릿지 모양의 수로를 통해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이 물은 노들섬의 녹지공간과 맹꽁이숲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주요 공간은 모래사장·테라스·식물원·전망대·수상활동 공간 5개로 나눠 다양한 체험과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고안했다.
강예린+SoA의 ‘노들 아쿠아 팔레트’. [서울시 제공]
김찬중의 ‘노들링’은 신개념 이동 수단이자 랜드마크로서 가로로 긴 링(반지) 형태의 건축물(관람차)을 조성해 한강과 노들섬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노들링은 캡슐 형태의 관람차가 다니는 레일과 보행로로 구분했고, 내부에는 육각형 모양의 수영장과 ‘ㄷ’자 모양의 야외 예술무대를 넣었다.
나은중·유소래의 ‘산들노들’은 징검돌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북측으로 연결되는 보행교를 조성하고 방문자센터를 중심으로 서측에 노을전망대, 야외예술무대, 원형극장 등을 넣었다. 동측에는 다목적 공연장, 한강 생태관 등을 배치했다.
나은중·유소래의 ‘산들노들’. [서울시 제공]
비양케 잉겔스(덴마크)의 ‘더 리플’. [서울시 제공]
비양케 잉겔스(덴마크)의 ‘더 리플’(물결)은 동서로 긴 건축물을 지으면서 상부는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하는 캐노피로 덮어 하나의 섬으로 보이도록 제안했다. 중앙이 가장 높고 양쪽으로 완만하게 덮개 형식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다.
▶5월 시민의견 수렴…6월 노들섬 조성사업 추진계획 수립=시는 5월 중 시청에 이어 노들섬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어 이번 디자인 공모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이후 6월 중 시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노들섬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투자심사,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후속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
노들섬 조성사업은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통개발’ 방식이 아니라 보행교, 전망대 등 주제별로 나눠서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방식이 정해지면 이번 공모에 참여한 7명의 건축가를 대상으로 실시설계 공모를 다시 진행한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추후 사업비 책정 결과에 따라 500억원 이하 사업은 내년까지 기본설계와 착공이 모두 가능하고, 5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은 투자심사를 거쳐 2025년 착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사업비가 600억∼1조 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착공은 2025년은 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시는 박원순 전 시장이 지은 복합문화공간 등 노들섬의 기존 구조물을 철거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공모 작품 7개 중 2개(나은중·유소래, 신승수)는 기존 구조물을 배제한 디자인이다.
시에 따르면, 오 시장이 건축가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물을 유지해도 좋고, 필요하면 철거해도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박 전 시장의 구조물 관련 결정을 건축가들에게 넘긴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노들섬을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반드시 만들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라며 “전시가 시작되면 시민 여러분의 가감 없는 평가와 비판을 바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지도를 놓고 보면 정확히 한가운데 위치한 노들섬이 우리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접근성도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매력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접근성을 개선해 서울시민으로부터,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고 관심을 끄는 예술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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