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위원회 독립성·공정성 보장,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예년보다 늦은 5월 2일 열릴 전망이다.
지난 18일 진행하려 했던 첫 회의가 파행으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들과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좌장을 역임한 특정 공익위원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임위 일정이 뒤로 늦어지면서 올해에도 법정 기한인 8월 5일까지 심의를 마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또,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에 대한 논의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내달 2일 1차 전원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정원희 최임위 사무국장은 “노동계에서 내달 2일 회의 일정에 대한 확답이 오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내달 2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도 일정을 더는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스로 1차 회의 일정을 잡아가는 모양새이지만, 격화하고 있는 노정 갈등으로 최저임금 논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1차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으면서 전체 일정이 흐트러진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18일 첫 회의에선 심의 요청서를 접수하고 신임 위원들을 임금수준 전문위, 생계비전문위, 운영위, 연구위 등 4개 위원회에 배치한다. 4월 말엔 최임위원들의 현장 조사가 진행되지만, 현장 조사 일정도 혼선을 겪게 됐다.
특히 올해에는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추가 안건’ 논의가 필요해 예년보다 심의 기간이 더 필요하지만, 일정이 꼬인 탓에 6월 말로 예정된 법정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지키는 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임위의 ‘뜨거운 감자’인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지난해 6월 최임위 공익위원은 고용부에 관련 기초자료 연구를 권고한 바 있다. 고용부가 진행한 연구용역은 마무리됐지만, 1차 회의 심의 안건에도 차등 적용 여부는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위원회 독립성·공정성 보장,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차 전원회의가 파행된 것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둘러싼 논란 탓이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번번히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국 공익위원들이 산식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매년 최임위가 열릴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률의 칼자루를 쥔 것은 공익위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공정성’은 공익위원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인식된다.
다만 노동계가 문제 삼고 있는 공익위원 간사인 권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린 전문가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주 최대 69시간제도’가 담긴 권고문을 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노동 개악’이나 다름없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인 만큼 공익위원으로 일하면 최저임금 논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노동계가 회의장에서 권 교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박준식 위원장(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과 권 교수 등 공익위원 9명은 끝내 불출석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공]
올해 논의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급 기준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을 지 여부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작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이번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노동계는 이미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약 25%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한 상태다. 경영계는 동결 혹은 소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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