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장 첫걸음” “경제성과 아쉬워”…한미정상회담 엇갈린 평가[국빈방미 결산]
2023-04-30 06:51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미 공식일정을 모두 마친 가운데, 이번 방미의 핵심이었던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로건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편으로 출국하며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던 국빈 방미 공식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워싱턴 선언 등 안보 강화 “진일보”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공동성명’과 함께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워싱턴 선언은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창설과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위 핵 보장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단 핵기획그룹(NPG)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핵협의그룹(NCG)까지 갔기 때문에 일단 진일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그러면서 “미국이 핵전력을 전개하는 것을 정례화했단 부분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어진 상황에선 일단 최선을 다한 거고 예상했던 정도의 결과”라며 “핵심 의제는 결국 확장억제로 얘기되는 안보 분야고, 경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랑 반도체법 둘이었는데 둘 다 그렇게 구조적으로 풀기가 쉽지 않은 주제들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 수준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었던 것들”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성과 韓 3, 美 7 가져간 회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반면 ‘경제적 성과’ 부분에서 미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으로 열린 국빈 방문은 극진한 환대, 그리고 미국 지도부가 총동원돼서 이렇게 한미동맹을 기념하고 윤 대통령을 맞이했지만 실제 한국에 내준 거는 거의 없다”며 “경제 쪽에서 뭔가 성과가 좀 있었어야 되는 건데 이게 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번에 반도체법이나 배터리 관련해서 뭔가 좀 큰 틀의 어떤 진전이 좀 있었어야 되는 건데 그게 좀 없었고, 방미 기간 수주했다고 하지만 59억 달러, 거기에 이제 일론 머스크와 넷플릭스를 만났지만 사실 급한 건 그쪽”이라며 “서로 투자하려고 난리인 상황에서 경제 성적이 초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금 국내 기업들이나 또 경제계에서 기대하고 있는 그런 거를 조금 더 가져왔는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우리가 많이 얻지는 못했다”며 “전반적으로는 우리가 3, 미국이 오히려 7 정도 얻은 그런 정상회담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IRA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과 관련해 “양 정상 간에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그런 방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합의를 했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상 간에는 어떤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들을 합의하는 그런 과정이 아니고 어떤 공통 인식과 구체적인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상 간에는 그런 어떤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 양국 상무부 간에 양국 부처 간에 이런 부분의 실무 협의를 통해가지고 우리 기업들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 ‘北 도발 대비’·‘대(對)중 외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연합]

전문가들은 또 한미정상회담 이후 과제에 대해선 ▷NCG의 NPG로의 확대, 핵공동실행 대책 마련 ▷북한 도발 가능성 대비 ▷남중국해 관련 대중(對中)외교 등으로 내다봤다.

양 위원은 “결국은 이제 NCG를 NPG로 올려야 될 것”이라며 “핵 공동실행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어떻게 실행하는 대책을 만들 것인지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어쨌든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니 대비가 분명히 필요하다”며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대화만이 유일한 방안이란 내용이 부각은 안 되는데 공동성명에 들어가 있다. 양쪽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번에 눈에 띄는 것은 남중국해 관련 부분인데, 항해의 자유 정도 얘기를 했더라면 원칙 수준에 그쳤겠지만 인공섬에 대한 무력화 부분까지 언급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걸 다 한 번씩 짚어주고 나간 느낌인데,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보는 것들을 한국이 다 치고 빠졌기 때문에 중국이 편안한 마음으로는 못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 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8개국이 회원이다. [연합]

앞서 한미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또한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유엔 해양법 협약에 명시된 바에 따라 남중국해 및 그 이원 지역을 포함한 지역에서의 방해받지 않는 상업,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여타 합법적 사용을 보존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9일 ‘워싱턴 선언’ 채택에 반발하며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정녕코 환영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역시 지난 28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류진쑹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이 전날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 공사와 만나 한미공동성명의 중국 관련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숙한 교섭을 제기하고 강렬한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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