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때문에 러·중이 시장 80% 장악…미국과 ‘SMR 동맹’으로 위상 회복해야”
2023-05-03 06:59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한국 등 주요 국가의 원전 수출이 주춤한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3일 박상길 박사(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에 의뢰한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미 양국이 선진 원전 수출, 원전 연료 공급망 구축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현황에 따르면, 전체 34기 중 러시아가 23기, 중국 4기, 한국 4기, 프랑스 3기 등으로 러시아가 압도적인 비중(68%)을 차지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을 더하면 총 27기로, 전체의 약 80%다.

러시아 원전 수출 경쟁력의 중심에는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 Russia State Atomic Energy Corporation)’이 있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뿐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보수 등 모든 옵션을 ‘원스톱 패키지’로 묶어 신규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에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로사톰은 43개국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경련 보고서]

중국 역시 3대 국영기업인 CNN), CGN, SPIC를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와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해외 진출 정책에 힘을 얻고 있다. 자체개발 원전인 ‘화룡 원(Hualong One)’을 파키스탄에 이어 최근 아르헨티나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카자흐스탄과는 우라늄 협약을 맺어 국내외 원전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망 기반 구축에 착수했다.

러시아, 중국과 달리 미국에서의 원전 수출은 지금까지 대부분 민간기업의 몫이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할 때 ‘핵 확산방지(non-proliferation)’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심사하는 것에 그쳤다. 원전 연료 생산 능력에서도 미국은 주도권을 러시아에 넘겨줬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는 원전 산업 경쟁력 복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러중의 세계 원전 시장 잠식이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올해 ‘범정부’ 차원의 원전 연료를 포함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동맹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관련 발의 법안들이 최종 통과되면 세계 원전 시장 리더십 회복을 위한 미국과 동맹국 간 협력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은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선전 원전)과 같은 선전 원전의 제3국 수출에 있어서 한미 양국이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미국 원전 산업 경쟁력 복원의 핵심은 기존 대형원전이 아닌 SMR 등 선진 원전의 개발 및 수출에 있다는 설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3호기 [연합]

또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퍼스트’(FIRST, 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R Technology)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퍼스트 프로그램이란, 신규원전도입국에 SMR 도입을 위한 초기 기반 구축을 지원하는 제도다. 10개국이 공식 참여를 신청했으며, 미국의 동맹국으로 프로그램 지원을 공식 발표한 국가는 한국, 일본, 캐나다 3개국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퍼스트 프로그램 추진의 일환으로 ‘위캔’(WECAN’이라는 명칭의 별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SMR 도입 타당성 조사 사업에 착수했다. 전경련은 한국도 원전 시공 및 운영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퍼스트 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연료의 공급망 공동 구축도 협력 방안으로 꼽힌다. 미국은 SMR의 연료로 쓰이는 ‘핼리우’ (고순도・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를 에너지・국가 안보 확보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SMR 개발에 필수적인 핼리우 수급도 러시아 로사톰의 원전 연료 자회사인 테넥스(TENEX)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아직 한국이 핼리우에 적합한 농축도의 원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핼리우 농축시설 자체건설은 어렵지만, 미국 내 대규모 핼리우 농축시설 건설사업에 지분투자 또는 EPC 형태로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면 핼리우 수급문제 해결에 있어 동맹국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나라 에너지・건설 분야 기업과 미국 SMR 분야 혁신기업과의 협력의 물꼬는 트인 상황”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SMR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액션플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