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行 불법이민 새 통로 된 튀니지[원호연의 PIP]
2023-05-06 10:58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튀니지가 리비아를 제치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이민자들의 주요 통로가 됐다. 리비아가 국경 통제를 강화한데다 튀니지 내 정치·경제적 혼란이 튀니지 난민도 대거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올해 1~4월 약 2만 4000명이 튀니지에서 바닷길을 통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이는 지난해 약 3만명에 달했던 이민자들의 전체 숫자를 넘어선 것이다.

바닷길을 이용하는 이민자들이 많다보니 사고로 죽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19~24일 튀니지 해안경비대는 지중해에서 시신 70구를 수습했다. 그보다 전에는 25명의 불법 이민을 시도한 이들이 튀니지 해역에서 사망했다. 현지 매체는 튀니지 동부 항구 도시 스팍스 병원 시체 안치소에 수용 한도가 너어서는 수의 시신이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북아프리카에서 박해와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이들은 원래 대부분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나 몰타로 향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리비아 경제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 거래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해안 경비대를 훈련하고 장비를 지원했는데 해안경비대는 대부분 민병대로 구성됐다.

단속이 강화된 이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해안에서 단속된 이들은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구금당해 고문과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이들은 튀니지를 새로운 통로로 주목했다.

튀니지 국민들 중에서도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자들이 크게 늘었다. 2016년 이탈리아 입국자 중 튀니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 미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로 이탈리아 입국 국적 중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튀니지인들이 고국을 등지는 것은 경제 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튀니지의 인플레이션은 10%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10년 이상 15%를 넘어섰다. 팬데믹 봉쇄조치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총생산(GDP)은 8.8%나 감소했다.

2019년 집권해 독재를 펼치고 있는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야당 인사를 체포하고 반대의견을 침묵시키는 등 정치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몇달 동안 흑인 이주민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면서 신변의 위험을 느낀 이들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오는 이들이 늘자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주민 송환을 쉽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EU)은 리비아에서와 같이 튀니지 해안 경비대와 협력해 국경 통제를 강화할 태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러한 조치로 튀니지 해안에서의 차단 횟수를 늘릴 수 는 있지만 사람들의 탈출 시도 자체는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절망적인 이민자들은 계속해서 다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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