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플레에 인기몰이하는 ‘아르헨티나판 트럼프’[원호연의 PIP]
2023-05-16 10:49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하원의원[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연간 100%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 급등에 기준금리를 97%까지 끌어올리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아르헨티나에서 10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페론당의 포퓰리즘 정책과 이전 정부의 보수적 경제 정책 모두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해 아르헨티나 국민의 실망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인기를 얻으며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아르헨티나 대선의 유력 후보 중 하나로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밀레이 하원 의원을 주목했다. 통신은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도널드 트럼프의 추종자이자 정책보다 정치쇼로 명성이 높은 밀레이를 10월 선거 구도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안드레스대학교가 지난 3월 진행한 대선 후보 이미지 조사에서 밀레이 의원은 34%의 긍정적 답을 얻었다. 그는 마크리 전 정부 안보 장관 출신의 파트리샤 불리치(긍정적 이미지 40%)와 호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보에노스아이레스 시장(긍정적 이미지 37%)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가운데 집권당인 페론당의 세르지오 마사 재무장관과 크리스티나 키르치너 부통령은 모두 긍정적 이미지가 20%대에 머무르며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밀레이 의원은 “결선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라이벌이 누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8월 예비선거에서 45% 이상의 득표율을 넘거나 40% 이상 득표율을 보이면서 2위후보와 격차를 10% 이상 보인 1위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밀레이 하원의원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기존 정치권이 모두 휘청이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100% 이상을 넘겼고 공식 빈곤율은 40%에 육박한다. 페소화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했고 시민들이 달러를 대신 사용하면서 암시장에서의 환율은 공식 환율의 2배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남미 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예상되면서 올해 아르헨티나의 주요 수출품인 대두 생산량은 15년 만에 가장 적은 2700만톤(t)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밀레이의 얼굴이 새겨진 100달러 짜리 지폐 모형이 등장했다. 밀레이 하원의원은 가치가 급락한 페소화 대신 달러화를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AP]

밀레이 하원의원은 거친 언행과 급진적 공약을 내세워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국민들 속을 파고 들었다.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온건한 분석을 내놓았던 그는 2019년 페론당 집권 이후 보수 패널로 TV에 나서 점차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미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페소화 대신 아예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고 정부 지출을 최대한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중앙은행을 불태우자고도 제안했다. 의원들에 대한 급여는 추첨으로 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여성부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정부 기관들을 철폐하고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장기 매매와 총기 구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리처스 샌더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밀레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보수 야권의 불리치와 라레타 후보 역시 급격한 지출 삭감이나 페소화 평가절하와 같은 충격 요법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최근 좌우파를 막론하고 아웃사이더를 선호하는 라틴아메리카 유권자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밀레이의 당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밀레이 의원의 선거 역량에 대해선 “전문적인 보좌진이 부족하고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에게 크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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