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로빈후드’ 中 앱스토어에서 삭제…개인 해외투자 통제 고삐
2023-05-17 10:09


한 남성이 홍콩증권거래소 앞 항셍지수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해외주식 거래 온라인 투자 플랫폼인 푸투증권(富途證券)과 라오후증권(老虎證券)의 어플리케이션이 중국 온라인 앱 스토어에서 삭제된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되면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투증권과 라오후증권은 각각 오는 18일과 19일에 자사 앱을 중국 내 온라인 스토어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투증권 측은 “중국 내에서 국경 넘어로 투자하는 것에 대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가입 고객은 평소와 같이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푸투증권과 라오후증권이 운영하는 주식 거래 앱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중국판 로빈후드’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앱을 통해 중국 본토 투자자가 미국과 홍콩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하고 기타 금융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중국 규제 당국이 양 사의 주식 거래 서비스를 ‘불법 행위’로 규정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시 증감회는 성명을 내고 푸투증권과 라오후증권이 면허 없이 중국 본토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위법임을 밝혔다. 중국 본토 신규 투자자 모집과 신규 계좌 개설 등도 금지시켰다. 라오후증권의 경우 이미 지난해 12월 30일 자정을 기준으로 중국 본토에서 신규 고객 가입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지난 2월 증감회는 증권사의 투자자보호와 내부 규정 준수 등이 담긴 행정조치를 시행하는 등 해외 투자 감독을 강화했다.

중국은 본토 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아래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자격을 획득한 기관에 자산을 위탁해 해외 주식에 간접 투자하거나, 홍콩증시 투자 경로인 강구퉁(港股通)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와 함께 중국 본토내 환전 한도는 1년에 5만달러다.

하지만 푸투증권이나 라오후증권의 경우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어 현지 규제를 받는다. 해외 은행 계좌에 이미 달러나 다른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중개하면서 사실상 ‘법적 회색지대’에서 영업을 해왔다.

중국 당국이 또다시 해외에 기반을 둔 민간 기업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 본토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불안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미국의 기업신용조사업체인 민츠의 베이징 지사를 급습하고 해당 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 공안 당국이 미국 베인앤컴퍼니의 중국 상하이 지사를 급습했다.

WSJ은 “중국 당국의 경계가 높아지면서 중국 본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외국 경영진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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