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형편없다” 모욕한 31살 女기자, CNN 앵커됐다
2023-05-18 09:11


케이틀린 콜린스(Kaitlan Collins). [CNN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과거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모욕했던 기자 케이틀린 콜린스가 CNN의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9시 뉴스 앵커를 맡게 됐다고 CNN이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두 사람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타운홀 생방송 대담에서 재회했다.

CNN은 이날 “작년 11월부터 CNN 디스 모닝(CNN This Morning)을 공동 진행해왔던 콜린스가 다음 달부터 월·화·목·금요일에 저녁 9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콜린스가 맡게 된 자리는 2021년 12월 이후 고정 진행자 없는 공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저녁 CNN이 뉴햄프셔주(州)에서 주최한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한 모습. 케이틀린 콜린스가 진행을 맡았다. [CNN홈페이지]

콜린스는 최근 지난 10일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자 등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형식의 대담을 진행하며 눈길을 끌었다. 방송사인 CNN은 트럼프가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와 그 이후 지지층의 의회 폭동 등에 대해 거짓된 발언을 이어가는 와중, 또다시 생방송 발언대를 제공해 지탄을 받았다.

다만, 이날 사회자로 나선 콜린스가 트럼프의 발언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방송국의 체면을 지켰다. 트럼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콜린스에 대해 ‘못된 사람’이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저녁 CNN이 뉴햄프셔주(州)에서 주최한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케이틀린 콜린스가 진행을 맡았다. [CNN홈페이지]

이날 방송은 콜린스에게도 명예 회복의 기회였다. 그는 2017년 백악관 출입기자로 CNN에 입사해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을 출입했지만,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날카로운 질문 탓에 출입을 정지 당한 과거가 있다.

그러나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백악관 출입팀장으로 승진한 뒤, 이듬해 CNN의 아침 대표 방송인 디스 모닝의 진행자로 발탁되며 승진 가도를 달렸다. 다만 젊은 기자의 촌철살인 질문에 대통령이 날선 반응을 보이는 상황은 반복됐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6월 미·러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뀔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하느냐”, “푸틴은 회담에서 인권침해, 미 대선 개입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회담이 건설적이라고 말할 수 있냐” 등 질문을 받은뒤 “당신, 직업을 잘못 구한 것 같다”고 불쾌함을 표했다. 다만 해당 발언 이후 “무례하게 말한 것을 사과한다”고 발언한 점이 트럼프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한편 콜린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날카로운 인터뷰, 새로운 보도, 사려 깊은 대화를 특징으로 하는 CNN의 ‘황금 시간대’ 새로운 쇼에 합류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리스 릭트 CNN 최고경영자는 이날 콜린스의 승진을 전하는 사내 공지를 통해 “콜린스는 정치인들이 준비된 답변만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진짜 답변을 끌어낸다”며 “왜 그녀가 업계에서 최고의 기자이자 인터뷰어 중 한 명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kacew@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