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직접청구권, 보험사 대위취득 청구권보다 우위”
2023-05-22 08:45


대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보다 낮은 경우,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보험사가 대위로 취득한 청구권보다 앞선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한화손해보험이 삼성화재해상보험과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통일공단 내에서 세척유 생산 등 화학물질 처리를 하던 이레화학이 작업자 부주의로 2018년 4월 큰 화재를 낸 것이 소송의 발단이 됐다. 당시 사고로 인근의 A, B사 등이 손해를 입었다. 앞서 한화손보와 손해보험계약을 맺었던 A사는 1억 1900여만원, B사는 1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당시 이레화학은 자신의 책임으로 화재가 발생해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경우를 대비해 삼성화재와 DB손보에 각각 보상한도 3억원의 화재대물배상 책임보험계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에 한화손보는 삼성화재와 DB손보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한화손보는 “피해자인 A,B사에 손해보험금을 지급함에 따라 직접청구권을 대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DB손보는 당시 다른 피해 업체들도 가입자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화재는 16억 5000여만원, DB손보는 3억 1000여만원 상당 보험금을 지급한 상태였다. 이에 “(앞서) 화재보험금을 지급해 직접청구권을 대위 취득했으므로, 삼성화재와 DB손보가 부담하는 책임보험금 지급의무가 혼동으로 소멸했다”고 맞섰다. 이들이 A,B사의 책임보험사로서 3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할 의무가 있으나 앞서 3억원 이상을 지급한 만큼 직접청구권을 취득해 지급의무가 ‘혼동’돼 소멸했다는 이유에서다. 민법 제507조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 채권은 소멸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대법원은 “삼성화재와 DB손보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손해보험자와 책임보험자가 동일인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삼성화재와 DB손보가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직접청구권 및 책임보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피해자들의 손해액과 원고 및 피고들이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심리해야한다”고 판단했다. 한화손보와 삼성화재·DB손보가 지급한 보험금에 따라 구상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해 전액을 보상받기 어려운 피해자의 직접 책임보험금을 먼저 보장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화재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보험자대위로 취득한 직접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우선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삼성화재와 DB손보가 화재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 손해배상 채권을 취득했더라도 A,B사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는 별개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도 이와 같았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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