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끼리만 수박 먹어 괘씸” 어느 민원인의 게시글 놓고 ‘설왕설래’
2023-06-01 11:16


사진은 기사와 무관. [123RF]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공무원들만 수박을 먹을 뿐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공개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해당 민원 내용을 비판하는 글과 반박이 잇따르며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오랜만에 방문한 면사무소였다”며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며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했다.

이어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으니 다행”이라면서도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는 그 행동의 부끄러움을 모르니 참 배려도 없고 눈치도 없고. 민원인을 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낸 세금이 왜 이렇게 아까울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 연수는 왜 받으러 갈까?”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

A씨의 글은 시청 게시판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의견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민원인은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박 못 드셔서 배탈 나신 것 같다”며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업무 처리 빨리 하셨다니 노여움 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A씨의 반박이 나왔다. A씨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X 됐다”며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게 맞느냐”고 했다. A씨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단체로 무시한 게 문제라면서 “기분이 좋을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한 비판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공무원이면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신 것 같은데 공무원도 집에 가면 귀한 자식이고 누구의 부모다”라고 지적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귀담아 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 등의 내용이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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