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하는 분야가 있다면 양자(Quantum)와 우주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 첫 중장기 연구·개발(R&D) 법정계획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핵심도 양자와 우주, 두 기술에 방점이 있다. 정부가 5년간 투자할 170조원의 R&D예산 가운데 우주·양자기술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할 예산은 25조원에 이르며 이를 통해 현재 선도국 대비 80% 정도인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2027년까지 85%로 향상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앞다퉈 양자컴퓨팅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사는 올해 시장 규모를 8.7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38% 정도의 성장률을 기반으로 2028년 말까지 44억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양자기술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82년 펄 베이오프가 처음 양자기술 개념을 발표한 이래 2017년 IBM과 MS사도 양자칩을 개발했고 2018년 구글에서 72큐비트 양자칩을 선보였다. 2019년 기존 슈퍼컴퓨터로 약 1만년이 소요되는 계산을 200초 만에 해결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논문을 발표한 이래 글로벌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7년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논문 수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인데 아마도 양자라는 영역이 티핑포인트에 의한 상전이(phase transition) 현상을 보이면서 연구자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의 주목을 받게 된 시점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 논문 수와 국제협력 논문 수를 기준으로 한 주요 국의 양자기술 분야의 R&D 및 협력 현황을 좀 더 살펴보자. KISTI 데이터분석본부 글로벌R&D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0~2022년 발표된 6만3052건의 양자기술 논문 가운데 우리나라의 논문 수(1447건)는 중국(1만8592건), 미국(1만5627건), 영국(5775건), 독일(6637건) 등의 선도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16위 수준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 분야를 논문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서 보면 미국의 경우 양자컴퓨팅 분야에 치중돼 있는 반면 중국은 양자암호통신 분야에 치중돼 있고, 국제협력 비율을 보면 미국의 경우 양자정보에 집중돼 있는 반면 중국은 양자컴퓨팅 분야에 치중돼 있다.
중국의 국제협력 비율은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과 비교해볼 때 현저히 낮은 편이나 글로벌 패권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중국의 국제협력 대상국으로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이 첫 번째 협력 대상국이고 우리나라는 15번째 협력 대상국이다. 전반적으로 양자기술과 관련한 주요 국들의 국제협력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양자기술의 글로벌 협력 연구 연결망이 향후 과학적 난제의 해결 과정에 따르는 위험성을 분산시키고 글로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데에 기인할 것이다.
무디(Moody, 2004년)의 주장대로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 연결망이 신지식의 창출과 과학적 증거의 평가 절차에 관한 합의와 확산을 위한 기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부상하는 양자기술 연구집단이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과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자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 투자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의 신흥 기술 분야의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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