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채용 감사’ 놓고 격돌…감사원, 선관위 고발 조치 시사
2023-06-02 17:37


감사원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면서 감사원과 정면충돌했다. 선관위는 국회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끝내 감사원 감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대한 고발 등 조치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이날 오전 과천청사에서 위원회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 감사에 대해 ‘수용 불가’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감사원은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사원법 제51조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감사를 방해한 경우, 정보·자료 제출이나 출석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즉, 선관위가 지속적으로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등 형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 셈이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위원장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에 대해 불수용을 결정했다. [연합]

감사원과 선관위는 각각 감사 및 감사 거부의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을 내세우며 부딪치기도 했다.

선관위는 헌법 제97조에 따라 이번 의혹이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97조는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 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이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항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중앙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 역시 감사 거부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선관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 제17조의 경우 인사혁신처의 자체적인 인사감사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이며,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던 사례도 제시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6년 직급별 정원을 초과해 승진임용, 신규채용을 하는 등 인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구 ▷2019년에도 경력경쟁채용 응시자의 경력 점수 등을 과다 산정하는 등 서류전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한 점 등을 들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착석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에 대해 불수용을 결정했다. [연합]

감사원은 또,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으로 규정한 감사원법 제24조를 들어 선관위가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4년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서 빠졌다는 설명이다.

‘선거관리 업무’는 그간 감사원 감사의 제외대상이었다는 선관위의 주장에 대해서도 감사원법상 감사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담당하는 선거 관련 관리, 집행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 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다만 그간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이라고 했다.

2022년 ‘소쿠리 투표’ 등으로 논란이 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관한 사항도 선관위로부터 자체감사 결과를 제출받아 그 감사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선관위는 해당 의혹을 받는 간부 4명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채용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공무원 4명에 대해서는 징계하기로 했다. 또, 이번 의혹을 계기로 중앙위원회 내 독립기구로 감사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yuni@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