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애플페이 광고
[헤럴드경제= 박영훈기자] “우리나라는 글로벌 호구다”
“삼성을 다시 보게 됨”
“솔직히 유료한다고 해서 삼성이 욕먹을 일이 아닌데, 대단하다”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달리 한국에서 삼성페이의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이 호구냐”며 높은 수수료 장사까지 하는 애플은 여론 뭇매를 맞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고심끝에 통큰 결단을 했다. 삼성페이의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애플페이로 촉발된 한해 수천억원의 카드 수수료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애플페이에 이어 삼성페이까지 결제 수수료를 받으면 카드사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자국 시장에서 애플 처럼 수수료 장사를 할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를 통해 소개한 애플페이 광고 '전여친' 편. 정 부회장 SNS 캡처
삼성의 무료 결정에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한 현대카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에 건당 0.15% 수수료를 주고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다. 중국의 5배 수준이다.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는 어느정도 있을 수 있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결국 애플페이를 쓰면 쓸수록 현대카드의 이익은 줄어들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TV 광고까지 선보이는 등 많은 비용을 애플페이 확산에 쏟아붓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를 무리하게 끌어들인 현대카드 때문에 삼성페이도 수수료를 받을 명분이 생겼다”며 “삼성페이가 애플과 같이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는다. 어쩔 수 없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감소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간편결제 시장 1위인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같이 0.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업계에서는 연 70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간편결제 업체로 확대 될 경우 그 규모가 한해 수천억원대 달해, 카드사들의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수 밖에 없다.
애플페이 사용 모습
한편 삼성전자는 10여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삼성페이 관련 무료 수수료 연장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삼성페이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늦어도 8월까지 삼성과 새로운 연장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삼성은 애플페이에 ‘올인’ 수수료를 퍼주고 있는 현대카드에 상당히 화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현대카드에만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카드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가 기정사실화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도 아닌 국내시장에서 같은 국내 기업이 애플에만 펑펑 퍼주니 화가 안나겠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무료 유지 결정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다른 카드사들도 높은 수수료를 애플에 주면서까지 애플페이를 과연 도입해야 하는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애플페이의 파급력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으로 한 달 만에 신규 카드 발급 35만장을 넘기는 등 고객 유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실제 카드 이용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대개 편의점과 같은 소액 결제처인 데다가 가입자 대부분이 2030세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