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인간 일자리 대체할까…“섭식장애 환자에 다이어트 권유…오류 많아”
2023-06-03 16:44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간과의 공존’을 먼저 말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대체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은 오류가 너무나 많아,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부문에서 챗GPT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로 인해 AI는 인간처럼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작곡은 물론 컴퓨터 코드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 기술을 주류에 올려놓기 위해 무료로도 제공, 사용자 수백만 명이 쓰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AI가 고임금 지식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이선 몰릭 부교수는 “과거 자동화의 위협은 어렵고 더러우며 반복적인 작업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높은 학력이 필요한 가장 고소득이며 가장 창의적인 일을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생성형 AI가 전 세계에서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해 12월 “AI가 일상적이지 않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많은 인력이 잠재적인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 기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 올리비아 립킨은 챗GPT 출시 5개월 만에 해고됐다. 업무에 챗봇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내부 메신저에 공유, 서서히 사용을 시작했고 회사 관리자들이 챗GPT를 쓰는 것이 카피라이터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첨단 AI조차도 인간의 글쓰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답변이 잘못되거나 터무니없거나 편향돼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 저하를 감수할 만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이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에 얼마나 지장을 줄지 판단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 몰릭 교수는 “카피라이팅이나 문서 번역·작성, 법률 보조와 같은 일은 특히 AI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있지만, 고급 법률 분석이나 창의적 글쓰기, 예술 분야는 인간이 여전히 AI를 능가하기 때문에 쉽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챗봇으로 근로자를 대체한 기업들에선 여러 실수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기술 전문매체 CNET은 AI로 작성한 기사 77건을 송고했지만,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발견돼 AI 활용을 중단했다. 한 변호사는 챗GPT에서 맡은 사건과 비슷한 판례를 찾아 제출했으나 이는 모두 가짜 판례로 드러났다.

황당한 사례도 있다. 미 섭식장애협회(NEDA)는 섭식장애 환자 상담에 챗봇을 활용했다가 챗봇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권하는 바람에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UCLA의 디지털 노동 분야 전문 세라 로버츠 부교수는 “챗봇이 오류를 저질러 기업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챗GPT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들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챗봇은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예측해 가장 평균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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