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 떠내려갔다”…우크라 댐 붕괴로 세계 식량난 심화 우려
2023-06-08 05:43


7일(현지시간) 카호우카댐 붕괴로 물에 잠긴 헤르손 지역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붕괴의 여파로 전 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기근 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WFP 독일 담당 마르틴 프리크 국장은 “댐 붕괴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새로 심은 곡물이 훼손됐다”며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전 세계 3억4500만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댐 붕괴로 강물과 토사가 하류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주변 생태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한 생태계 오염이 가장 큰 문제다. 드니프로강을 따라 발달한 산업단지에서 각종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이 함께 쓸려 내려갔기 때문이다. 전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댐의 수력발전소 내부에 저장돼 있던 엔진오일 150t(톤) 이상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물질들은 드니프로강을 오염시키고, 더 나아가 흑해로 유입돼 흑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의 붕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와 지역에 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생태 및 환경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수로 떠내려간 지뢰도 골칫거리다. 카호우카 댐 주변은 지난 1년 넘게 전쟁의 최전선이었고,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을 따라 매설한 지뢰 수만 개가 이번 댐 파괴로 거센 물길에 휩쓸려 유실됐다. 지뢰들이 마을과 농경지 등으로 떠내려간 것으로 보여 섣불리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도 어려우 상황이다.

가디언은 이에 따라 댐 붕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댐 하류 지역에 발생한 홍수는 댐 상류 지역은 물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부족해지면 농경지가 사막으로 변할 위험이 있고, 농업용수가 줄어들어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 농가의 피해가 커지면 지난해 흑해 봉쇄 이후 불거진 글로벌 식량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댐 붕괴에 따른 이번 재난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전 세계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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