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에 월가 출신 임명
2023-06-11 21:55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미국 월가의 은행 임원을 지낸 여성을 중앙은행 총재로 처음 임명했다.

튀르키예가 투자은행가 출신의 재무장관을 임명한 데 이어 중앙은행 총재까지 시장친화적 인물로 앉히면서 금리 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9일 하피즈 가예 에르칸(44) 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에서 여성이 수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탄불 출생인 그는 튀르키예 보가지시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고급 경영자 프로그램(AMP)을 이수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대형 은행 건전성 평가 관련 자문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며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이후 그는 2021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공동 CEO를 맡기도 했다. 에르칸은 같은 해 말 CEO를 사임해 올해 터져 나온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위기 사태를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간 튀르키예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경제학적 처방 대신 저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튀르키예 리라화는 올 연초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1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에르칸 신임 총재의 임명은 튀르키예가 이런 비전통적 금융정책으로부터 탈피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작년 10월 물가상승률이 85%를 찍을 정도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튀르키예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줄이고, 금리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물가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재무부 장관직을 영국 런던 메릴린치에서 근무하던 투자은행가 출신의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에게 맡긴 점까지 고려하면 튀르키예가 경제정책을 선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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