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EU ‘탄소국경세’ 걱정 한시름 덜었다…기존 체계 한시적 인정
2023-06-14 05:44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유럽연합(EU)의 이른바 ‘탄소국경세’(CBAM)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역외 기업에 대한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조처와 관련해 한국 등 제3국의 기존 산정 체계가 한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1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에 앞서 전환기(준비기간)에 적용하기 위한 이행 규정령(Commission Implementing Regulation) 초안을 공개했다.

한국으로 치면 보고 항목, 배출량 산정 방법론, 평가 및 제재 대상 등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에 해당한다.

초안에 따르면 EU로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을 수출하는 역외 기업은 올해 4분기(10~12월)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을 EU에 보고해야 한다.

4분기 배출량 보고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말이며,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톤(t)당 10∼50유로의 벌금 등 페널티가 부과된다.

다만 이행 규정 도입 첫해에는 일종의 유연성을 부여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초안은 EU의 자체 산정방식 외에 제3국의 기존 탄소 가격제와 연동하거나 검증된 체계하에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경우에도 보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미 상당수 국가가 자체적으로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 중인 데다 시작부터 EU 산정방식만 고집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른바 '탄소 국경세'로 불리는 CBAM을 둘러싸고 도입 전부터 역외 주요 수출국들이 강한 불만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나마 유연성을 부여해 CBAM에 '차별적 요소'가 없다는 점을 우회 강조하기 위한 조처로도 해석된다.

EU는 2025년 1월부터는 EU 산정방식에 따라 보고된 탄소 배출량만 인정할 방침이다.

이 밖에 생산공정 중 탄소포집 기술이 적용된 경우에는 탄소 배출량을 일정 부분 삭감해준다는 내용 등도 초안에 포함됐다.

탄소 포집·저장은 화석연료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와 격리해 매장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아직 기술 개발 초기 단계다. EU가 그럼에도 관련 규정을 포함한 건 관련 산업 확대를 장려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초안은 약 한 달간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EU와 상당 부분 유사한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가격을 매기는 탄소배출권거래(ETS) 제도를 시행 중이어서 보고 의무만 부과되는 CBAM 전환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환기가 끝난 뒤 관세가 본격 부과되는 2026년 1월부터는 EU 수출량이 많은 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CBAM에 따라 2026년부터는 EU의 ETS를 가이드라인 삼아 탄소 배출량 초과량에 대한 세금이 단계적으로 부과되는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ETS에 이어 CBAM까지 '이중 탄소세'를 내는 셈이 된다.

이에 기업들은 CBAM에 따른 배출량 과세 시 한국 ETS에 따라 지불한 금액은 인정·면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도 지난 12일 열린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상품무역위원회에서 EU 측에 한국 내에서 지불한 탄소 가격을 충분히 인정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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