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중동내 입지 다지기 잰걸음...경계나선 美
2023-06-14 11:24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오른쪽)과 후춘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10차 아랍-중국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최근 사우디를 방문하지 않은 중국 기업은 유행에 뒤쳐졌다고 봐야한다”(중국의 한 투자기업 사장)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중동 지역내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고 나서면서, 사우디에 투자·사업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는 중국과의 밀착에 대한 미국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중국 기업인과 정부관계자, 사우디 관계자 3000여명이 모여 인공지능(AI), 에너지, 인프라 및 기술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아랍·중국 비즈니스 회의가 사우디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몇 년간 예고된 사우디의 경제 재건 계획이 이날 회의의 초점이었다”면서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하며 외교적 존재감을 확대한 데 이은 후속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 주석의 사우디 국빈방문을 계기로 사우디와 중국의 경제 협력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 주석 방문 기간 양국은 500억달러가 넘는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번 아랍·중국 비즈니스 회의에서도 구속력은 없지만 100억달러의 투자 협약이 체결됐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철강업체 바오산 강철이 사우디 아람코, 국부펀드와 함께 40억달러를 들여 중국 동부에 강판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의 클라우딩 컴퓨터 기업들도 향후 몇 년간 사우디에 수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지정학적 이슈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사우디는 모든 사람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 갈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해서 정치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사우디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국 의존도를 축소하고 자체 경쟁력을 확대하려는 피봇(정책 변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원유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사우디의 경제 재건 계획 역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경제적 협력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기업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는 동시에 대규모 해외 인프라 구축을 꾀하고 있고, 동시에 사우디는 제조와 물류, 관광 부문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사우디를 방문한 중국 투자자들은 아랍 국가들이 가진 풍부한 돈과, 상대적으로 젊고 교육을 잘 받은 노동력에서 큰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여전한 관료주의와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환경은 사우디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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