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울산 공장. [S-OIL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회복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때 배럴당 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선을 되찾았다. 계속되는 유가 하락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을 단행했음에도 유가 흐름이 횡보하고 있고 석유제품 수요 회복까지 더디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6월 첫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6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 20달러 중반 선까지 치솟았던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월 10달러 초반 선에서 출발해 3월 7~8달러 선까지 내렸고 4월 들어선 5.3달러 → 3.9달러 →2.5달러→2.4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간 기준으로는 4월 말 0.8달러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한 달여간 2달러대를 횡보하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중순부터 반등했고 최근 4~5달러 선에 접어들어 유지 중이다.
아직은 손익분기점 선에 불과하지만 정유업계가 한숨을 돌리고 있는 건 공급조절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돼서다. 신규증설 부담 등으로 이미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정유사가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고 그 움직임은 7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9월에는 미국 정유사의 정기보수 시즌으로 공급 조정도 예정돼 있다.
중동의 원유 감산도 재고평가이익 및 수출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당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전후를 기록하는 등 하향 횡보하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석유제품 재고량이 낮은 수준이라 우상향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물론 급격한 유가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최근 전방산업 흐름을 고려하면 그럴 여지가 크진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수요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업계는 미국 내 자동차 여행이 급증하는 드라이빙 시즌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드라이빙 시즌은 글로벌 휘발유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휘발유 수요가 가장 몰리는 시기로 통상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다. 실제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소비는 이달 첫째주 기준 하루 922만배럴로 3주 전(891만배럴)보다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저조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정유업계는 당초 2분기 악화를 우려했지만 정제마진 회복세와 함께 이달 수요 흐름이 어느 정도 받쳐주면 선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50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윤활유 사업이나 바이오 등 신사업 추진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돼 있기 때문에 설사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하향하더라도 마이너스 실적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면서 “바닥권은 지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드라이빙 시즌 효과, 중국의 내수 회복 등으로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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