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美 안보보장·日 보조금 지원 [대만 반도체 파워]
2023-06-18 08:31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 15일 맷 포팅거 전 국가안보부보좌관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불린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TSMC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TSMC의 본거지인 대만의 안보는 곧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의 공급망과 지정학적 안정에 영향을 준다. 이를 통해 대만은 안보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호칭이기도 하다.

반도체를 놓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전략적 중요성이 큰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90%를 차지하는 대만을 중국에 빼앗긴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라며 “이 지역에 더 많은 미군 병력이 필요하다”며 미군이 직접 대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도 “대만의 방위력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평화를 위한 억지력을 가지려면 미국 무기들이 대만으로 반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190억달러(약 25조원)의 무기를 구입했다. 현재는 F-16 등 최신 무기 구입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제러드 매킨리 미 공군대학 교수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세계 파운드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TSMC를 폭파하겠다는 위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이 미국에게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확한 비율이 알려지지는 않지만 미군은 무기 상당수를 TSMC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는 미·중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반도체가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직결된 이슈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을 등에 업은 대만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외교력을 키워가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이 TSMC의 현지 투자를 받으려면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정부가 TSMC의 투자조건을 설정하지는 않고 투자의 수익성 여부는 TSMC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TSMC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국가들은 대만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유럽에서 바티칸 시국을 제외하면 어떤 국가와도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유럽 각국이 중국이 내세운 ‘한 개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중국과 수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U는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대만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 4월 430억유로(62조원)를 투입해 자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EU 반도체법’을 제정한 뒤 대만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방문단을 대만에 파견한 체코가 대표적이다.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한국 등에 빼앗긴 반도체 산업 우위를 되찾으려는 일본 역시 대만을 최우선 협력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구마모토현에 TSMC가 착공한 파운드리 1공장에 대해 4760억엔(4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TSMC는 최근 구마모토 2공장 건립 계획도 밝혔다.

TSMC는 구마모토 외에도 미국 애리조나 주와 독일 드레스덴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지으며 중국 침공에 대비해 생산 기지를 다각화하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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