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베트남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놓고 "교육과정 내 출제돼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능 수학영역 강사 현우진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지"라며 "그럼 9월(모의평가)하고 수능은 어떻게 간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현 씨는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하지 않은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며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혼란인데"라고 했다. 이어 "매번 말씀드리듯 6월, 9월, 수능은 독립시행이니 앞으로 더 무엇이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으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에 다 대비하 수밖에 없다"며 "EBS 꼭 챙겨푸시라. 여러분이 학습하는 자료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판적 사고는 중요하지만, 적어도 테스팅에서는 모든 게 나올 수 있다는 비(非)비판적 사고로 마음을 여시길"이라고 했다.
역사 강사 이다지씨도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은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며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했다.
국어영역 강사 이원준 씨는 "한국은 교육 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강한 사회"라며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일본, 영국이나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춘다"며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라고 했다.
이 씨는 "수능 비문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맞는 시험"이라며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 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 문학이나 중세 국어 위주로 가고, 한국 엘리트는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해시태그에는 '극대노'를 붙였다.
사회문화 강사 윤성훈 씨는 "교육이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발언으로 모두가 멘붕"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하고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수능이 쉬웠던 때 어려웠던 때 언제 한 해라도 사교육비가 시원하게 줄어든 해가 있었는가"라고 했다. 그는 "직업적 변호를 하자면 사교육 팽창은 불공정 입시교육과 공교육 부실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들의 현상적이고 겨과적 측면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라며 "사교육과 교과외 고난도 수능 출제기관의 한통속 이권 카르텔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데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소신발언'으로 띄우며 "강사들의 강력한 영향력이 제발 정부에 닿기를 바란다", "수능판이 점점 더 기괴해져간다"는 등 반응이 있었다. 반면 "밥줄 끊길까봐 그러는가", "돈 엄청 버는 일타강사들이 반발하는 걸 보니 정부 방침이 맞는 듯"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과 관련해 "수십만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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