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보다 보존? 나치 독수리상 녹여 비둘기상 제작, 국민이 말렸다…
2023-06-20 09:13


[AFP]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우루과이 정부가 나치 독수리상을 녹여 비둘기 상으로 만드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파괴보다 보존’을 선택했다. 독수리상을 보존하자는 국민적 여론이 우세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로라르고주 멜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나치 독수리상을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상으로 재탄생시키려했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옵세르바도르와 엘파이스 등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동의하지 않는 압도적인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며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단합부터 돼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평화를 담보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6일 독수리상 소유권에 대한 소송에서 정부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통해 “나치 독수리상을 녹여 얻은 재료를 활용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루과이 내 여론은 정부 결정에 찬성하는 쪽도 있었으나 독수리상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청원을 통해 박물관에 두고 보존하자는 요구가 더 두드러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대표 청원인인 펠리페 아르투치오는 청원 글에서 “나쁜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대표하는 상징을 남기는 건 국제 사회 일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으며 이틀 만에 1만 8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일부 여당 의원은 ‘나치 독수리상 파괴 방지법’안 제출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 독수리상은 독일 전함 그라프 슈페호 선미 부분에 붙어있던 것으로 길이 3m, 높이 2m 크기에 무게는 350㎏이 넘는다. 나치 스와스티카 문양이 새겨졌다.

그라프 슈페호는 2차세계대전 당시 교전 중 선체 고장을 일으켜 중립국인 우루과이(몬테비데오항)에 입항했고 1939년 나치가 배를 침몰시키면서 독수리상도 바다로 가라앉았다.

67년만인 지난 2006년 2월 민간 인양업자들이 독수리상과 함께 배의 잔해를 건졌으나 나치즘을 미화하는 네오 나치파 등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해군이 관리했다.

인양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2600만 달러(약 33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독수리상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부와 수년간 소송전을 벌였고 최근 우루과이 법원이 최종 정부 승소 판결을 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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