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관리 국면으로 전환점 돈 美中 관계…“韓, 발빠르게 움직여야”
2023-06-20 10:0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호이익을 확인하면서도 소통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고위급 대화에 물꼬를 텄다. 치열한 패권경쟁 중인 두 나라가 위기관리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양국 공동의 현안인 경제 문제에 대한 협력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중이 갈등을 관리하는 국면에서 한국도 발 빠르게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급변하는 정세 속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대중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18일에는 카운터파트인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대면회담을 한 데 이어 19일에는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5년 만으로, 블링컨 장관이 친 부장을 미국에 초청하면서 양국 외교 수장의 상호 방문이 이뤄진다면 고위급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도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주고받았다.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중 관계에 대해 “우린 지금 여기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와 군비 증강 등 군사외교적 문제를,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와 대만 독립 반대 등을 명확히 하며 양국은 상호이익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고위급 교류와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추진에 합의했다. 치열한 경쟁 속 이견을 조율할 소통채널을 구축해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국이 갈등 관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렛대는 결국 자국 경제 문제가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달 초 가까스로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말 순방 일정을 조정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며 총력 대응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내 경제 회복이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도 경제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UBS는 5.7%에서 5.2%로, 노무라는 5.5%에서 5.1%로 올해 중국의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고, 시 주석은 내년 말 집권 3기 반환점을 돈다”며 “미중은 경제 회복을 위해 서로가 필요한 상황으로, 군사외교안보 분야와 경제 분야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가 미중 관계 변화에 주목하는 가운데 특히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가치 외교’를 외교 기조로 내세우며 취임 후 한미일 밀착 행보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관계 재정립 과정 속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중 양국은 올해에만 두 차례 대사를 각각 맞조치해 항의를 주고 받았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것이 첫 번째 계기였고, 두 번째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시 주석이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집권 3기를 완성한 이래 한중 고위급 소통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이전 정부와 달리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사라졌고, ‘일본-중국-러시아’ 순서로 기술하면서 우선순위를 달리했다.

미중 관계의 변화를 면밀하게 예의주시하면서 한중 양국 관계도 경제 협력을 고리로 물꼬를 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에서도 “대한민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과 공급망 협력을 꾀하는 것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미중 관계가 전환되는 분위기에 우리도 편승해 대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국익을 위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융통성을 발휘할 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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