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속 구체적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일부다처제·조혼이 허용되는 등 여성 인권이 열악하기로 이름난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보다 성평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으로 전체 146개 국가 중 10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지수가 0.010 떨어지며 99위에서 6계단 하락,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젠더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19년 108위, 2020년 102위, 작년 99위로 수년째 상승하다 하락 반전했다.
부문별로 보면 경제 참여·기회 부문에서 0.597로 114위, 교육 성취 부문에서 0.977로 104위에 머물렀다. 보건 부문은 0.976로 46위, 정치 권력 분배 부문은 0.169로 88위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순위를 보면 여성 인권이 열악하다고 정평이 난 곳들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어 조사 결과를 신뢰할만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75위), 케냐(77위), 우간다(78위)·가나(100위) 등이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데, 이들 국가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가 하면 가정폭력과 할례 등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은 곳들이다. 일부다처제가 합법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무려 20위로 상위권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수는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상대적 평등 수준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순위가 높다고 해서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수준이 더 높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즉 남녀 모두의 인권이 열악하다면 성평등지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0.912)가 차지했다. 뒤이어 노르웨이(0.879), 핀란드(0.863), 뉴질랜드(0.856), 스웨덴(0.815) 순으로 북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그밖에 미국(0.748) 43위, 중국(107위·0.678), 일본(125위·0.647) 등이었다.
최하위는 여성 억압 정책을 펴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146위·0.405)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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