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다가온 기후재앙…그래도 희망이 있다 [북적book적]
2023-06-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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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골칫덩이들이 나를 졸졸 따라온다…고기 대용으로 택한 아보카도와 퀴노아도 재배 과정에서 토양을 악화시키고 물 부족을 야기한다. 커피 한잔도 먼 땅을 황폐화시키고 이름 모를 강을 오염시킨다. (중략) 나날의 일상적 행동이 골칫덩이들과 한 몸이고 이 난제들과 얽히고설켜 있다니. 하루하루 돌칫덩이가 바로 나라는 걸 깨닫는다”

파리의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는 그의 에세이집 ‘나는 지구가 아프다’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지구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짐이 된다는 것이 싫다고 토로한다. 그의 말처럼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밥을 먹는 일상마저 지구를 위협하면서 기후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 폭염과 폭설, 산불과 태풍이 휘몰아치는 이 곳에서 인류는 무사할 수 있을까.

변해버린 지구…기후·생태위기로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온도가 1.2도나 올라가면서 전 세계는 유래 없는 기후재앙과 이에 따른 생태계 위기를 겪고 있다. 10대의 나이로 유엔본부 연단에서 각국 정상들을 혼내는 연설을 해 화제를 모았던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 석학들과 함께 공동 작업한 ‘기후책(The Climate Book)’은 변해버린 지구의 모습과 그 원인을 분석한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의 급증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은 예측불가한 기후변화를 가져왔다. 제니퍼 프랜시스 우드웰기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 책에서 빠른 속도로 따뜻해진 북극이 제트기류에 영향을 줘 북반구 기후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극과 남쪽 공기의 온도 차가 줄어 동서로 흐르는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휘어져 한파가 몰아친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도 고위도 지역 눈이 일찍 사라지면 대륙 중앙과 북극 해안 등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공기 흐름을 가둬 폭염이나 건기, 우기가 장기화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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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더 잦은 태풍은 물론, 해수면 상승과 해류의 흐름이 바뀌며 기후에 영향을 준다. 슈테판 람스토르프 포츠담대 해양물리학 교수는 뜨거워진 해양이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 열대성 저기압 발달 속도가 더 빨라지고 위력도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흡수하는 해양이 따뜻해지면 지금보다 탄소 흡수를 못해 지구 온난화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해류의 패턴이 바뀌면 대서양의 열염분 순환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날씨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게 람스토르프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바꿔라”

기후재앙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케이트 레이스워스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5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소득 상위 10% 인구가 2030년 소비 배출량을 2015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봤다. 지금같은 소비를 유지만 해도 지구 온난화는 계속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일종의 경고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사람과의 교류나 신체활동, 자연관찰 등 정서적 풍요를 추구하는 이른바 ‘1.5도 라이프스타일’를 가져야 한다는 게 레이스워스 연구원의 설명이다.

식습관 역시 반드시 바꿔야 할 요소 중 하나다. 기돈 에셜 뉴욕 바드칼리지 환경물리학 교수는 “자원 집약도가 높은 식품 소비를 중단하거나 대폭 줄여야 환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g을 생산하는데 100~600ℓ의 관개용수와 40~80g의 질소비료가 들어가는 쇠고기가 대표적인 자원 집약도 높은 식품이다. 미국인들이 쇠고기를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면 미국의 연간 3억5000만t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주거부문 총 배출량의 90%에 해당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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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전체 경제 시스템도 순환 경제로 전환돼야 한다. 미국 뉴욕 블룸버그 행정부에서 지속가능 담당 부국장을 지낸 론 고넨은 최근 저서 ‘낭비 없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수명이 긴 제품이나 짧은 유통기한, 제품 재활용 등을 수익 창출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제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재사용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지구 치유는 물론,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던 시절 큰 돈을 벌던 기업들은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며 “순환경제는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열쇠를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문헌]나는 지구가 아프다/니콜라이 슐츠 지음·성기완 옮김/이음

THE CLIMATE BOOK/그레타 툰베리 등 지음·이순희 옮김/김영사

낭비 없는 세상/론 고넨 지음·최기원 옮김/비즈니스맵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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