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정광하(맨 왼쪽)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영대 기자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표 원재료인 ‘나프타’에 대한 무관세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광하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 포럼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나프타 공급량 중 약 절반이 수입에 의존한다”며 “이런 나프타에 대한 조정관세가 0.5% 부과되면서 기업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서 70%를 차지한다. 원재료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대만은 나프타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6월달까지 관세를 0%로 적용했지만, 올해 7월부터는 관세가 다시 부활한다”며 “(관세 부활로)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에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전 세계 석유화학 설비 증설 중 절반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2021년과 작년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중국은 설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발 증설 여파로) 올해 역대 최고인 2억t이 넘는 공급과잉이 있을 전망”이라며 “우리나라 업체들도 생산 설비를 늘렸지만, (업황 악화로)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수요 증가율은 4.2%인 반면, 생산능력 증가율은 6.1%에 달한다. 올해도 생산능력 증가율(4.2%)은 수요 증가율(3.5%)을 상회할 전망이다.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제품 마진은 현재까지도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악화됐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8%에 그쳤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낡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다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제도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을 꼽았다. 현행 석대법에서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생산된 열분해유를 석유 대체 원료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정유,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유 정제 공정에 열분해유를 투입하고자 ‘규제 샌드박스’라는 우회로를 활용하고 있다.
석유화학 공장이 집중된 여수산업단지의 인프라 개선도 지적했다. 그는 “탄소중립으로 인해 향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현재 5개의 설비만으로는 전력 공급 여유가 부족하다”며 “신규 공급을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처가 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어 “공공 폐수 종말처리시설의 폐수 처리 능력도 현재 한계치에 도달한 만큼 이 또한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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