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에 자발적 야근하는 당신… ‘번온’ 가면우울증이 늘어난다
2023-06-23 15:23


앞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피로와 우울함을 계속 키워가는 번-온 환자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당신은 금요일 저녁에도 여전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 토요일에 보내야 할 이메일이 있으니 오늘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일요일에도 월요일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할 참이다. 업무량을 줄일 생각은 없다.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일에 속도가 붙는 것도 느껴진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번온 증후군’을 앓고 있을 수도 있다. dpa통신은 과로한 근무로 인해 탈진한 번아웃은 알아차리기 쉽지만, 번온은 자신이 겪고 있는 점도 모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예방법과 주의점을 소개했다.

먼저, 번온은 정신과 의사 티모 쉴레와 심리치료사 베르트 테 빌트 박사가 만든 용어로, 만성 우울성 탈진을 뜻한다. 번아웃은 급성 우울성 탈진이다.

빌트 박사는 “[번-온]은 가면 우울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이 증상의 환자들은 항상 붕괴 직전에 놓여 있지만, 앞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피로와 우울함을 계속 유지하고 배양한다”고 말했다.

번온과 번아웃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도 설명했다. 번아웃 환자는 지쳐서 직장에서 병가를 내지만 번온 환자는 계속 일한다.

하지만 빌트 박사는 번온을 결코 긍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숨겨져 있으나 심각한 고통을 동반하는” 상태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번온에 걸린 당신은 업무는 계속 수행할 수 있지만 사회생활과 사생활에서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또, 이런 심리적 무감각 상태가 자신의 직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번온에 취약한 직종은 일상적으로 ‘9-6’로 알려진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도록 요구되며, 그로 인해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또는 성과와 성공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는 데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일수록 쉽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빌트 박사는 “이들은 불안정한 과잉 성취자”라고 말했다.

간호, 의료, 치료, 교육과 같이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책임져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번아웃은 피로감과 업무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번온은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 갇힌다.

번온 환자는 성과 지향적이고 성공적이지만,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이들은 항상 자신의 일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면서도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그 결과 내면의 공허함, 절망감, 기쁨이 없고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힘들게 이루어낸 성공이지만 이를 즐길 수도 없다. 피곤하고 무기력하지만 동시에 긴장을 풀지 못한다. 휴가 중에도 일 생각에 시달린다. 신체적 증상은 고혈압, 요통, 두통부터 이명과 불면증까지 다양하다. 그들의 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다.

물론, 탈출구는 있다. 빌트 박사는 환자들은 먼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서적, 육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무 모드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인간성을 위한 성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일, 즐겨 하던 일, 항상 하고 싶었던 일, 열정적으로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 운동과 자연적으로 지칠 수 있는 힘든 스포츠 활동을 번갈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지적했다. 업무가 너무 많다면 “명확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많은 번온 환자들에게 부족한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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