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와 ‘어거스트 디’의 거친 면까지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서병기 공연리뷰]
2023-06-26 17:16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그룹 방탄소년단 슈가가 서울을 뜨겁게 달구며 월드투어 ‘SUGA | Agust D-DAY TOUR’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방탄소년단의 개별 멤버 콘서트는 리뷰 기사를 쓰기가 꽤 어렵다. 조금 아는 체를 하다가는 전문가 앞에서 뼈도 못 추리기 때문이다. 오프닝곡 ‘해금’과 이어지는 곡 ‘대취타’ ‘Agust D’부터 앵콜곡 ‘D-DAY’ ‘Intro : Never Mind’ ‘마지막(The Last)’까지 전곡을 떼창하는 관객들은 모두 민윤기 전문가들이다.

슈가의 솔로 공연은 풍부한 랩과 멜로디, 양쪽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BTS 그룹 활동에서의 슈가와 솔로로서의 또 다른 자아 어거스트 디(Agust D)의 공연은 많이 다름이 느껴졌다.

공연 4번째 순서의 곡이자 슈가의 2016년 믹스테이프 ‘오거스트 디’에 실린 ‘give it to me’부터는 직설적이고 강한 느낌이 드는 곡들도 꽤 불렀다. 뮤직비디오도 거친 누아르 느낌이 났다.

슈가는 2016년 방탄소년단 멤버로는 첫번째로 솔로 믹스테이프 ‘오거스트 디’를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바 있다. 이는 누구보다 그룹활동중에도 자신이 하고싶은 말,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내보여주고자 하는 아티스트적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다. 그는 작곡가, 프로듀서, 보컬리스트, 래퍼 등 다양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오거스트 디’는 슈가가 어릴때 대구에서 힙합크루로 활동하던 ‘디 타운 슈가’를 거꾸로 배열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말하자면 훨씬 더 초심에 가깝다. 가사는 솔직한 욕망이 더 잘 드러난다.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에 실린 슈가의 솔로곡 ‘Trivia 轉 : Seesaw’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기타를 감미롭게 연주하며 불러도, 내용은 기발하다. ‘의미 없는 감정싸움, 반복된 시소게임, 이제 그만해’ ‘누군가는 결국 이 곳에서 내려야 끝이 날 듯하네’ 등 가사가 잘 들려왔다. 이어 부른 ‘SDL’(‘Somebody Does Love’)는 ‘우리는 맞지 않다’며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래다. ‘사람 파트.2’에서는 아이유의 파트를 관객들이 대신 부르면서 슈가와 아미의 멋진 콜라보가 완성됐다.

그러다 ‘저 달’에서는 감정이 더욱 고조됐다. ‘시작은 초라했지 대구 그래 남산동 지하에서 이제는 펜트하우스 한남 더힐 ha/(중략)/가끔씩 되물어 돌아갈 수만 있음/돌아갈 거냐고 글쎄 그건 고민 좀/내가 가진 게 쉽게 얻은 것 같다가/’까지 부르다 ‘*발’이라는 욕이 나온다. 그런데 거부감이 생기기 않았다. 듣기 싫지가 않았다. 무더위에 속이 시원했다. 특정 공연장이라는 공간에서 드러낸 솔직한 감정이라는 생각이다.


공연이 끝나고 옆에 있던 30대 한국 여성 관객에게 “공연의 거친 부분”에 대해 물어봤더니 “거친 면이 있더라도 윤기의 솔직한 그런 부분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말해주었다. ‘슈발 그냥 하는거지 뭐’라고 쓰여진 응원 피켓도 그런 정서를 뒷받침한다.

그리고는 ‘Burn It’, ‘Interlude : Shadow’, ‘BTS Cypher PT.3 : KILLER’, ‘BTS Cypher 4’, ‘욱 (UGH!)’, ‘땡’, ‘HUH?!’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열기를 끌어올렸다.

슈가는 직접 피아노를 치며 ‘Life Goes On’을 팬들과 함께 불렀고,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와 협업해 완성된 ‘Snooze’의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VCR에 담겨 여운을 남겼다. ‘Snooze’는 랩은 거칠지만 멜로디는 부드러워 묘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날 슈가는 의상을 한꺼풀씩 벗어버리고, 무대를 하나씩 위로 올리는 연출로 가식을 던지고 솔직하게 팬들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슈가는 지난 24~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SUGA | Agust D TOUR ‘D-DAY’ in SEOUL’을 개최했다. 나는 25일 관람했는데, 주위는 외국 팬들이 많았다. 서울 첫날 공연에는 싸이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슈가와 함께 ‘That That (prod. & feat. SUGA of BTS)’을 부르며 유쾌한 무대를 만들었다.


이틀간 1만 5천여 명이 찾은 서울 공연을 끝으로 슈가는 지난 4월부터 총 10개 도시, 25회 공연을 통해 29만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월드투어의 대장정을 마쳤다.

공연 말미 슈가는 오는 8월 4~6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 ‘SUGA | Agust D TOUR ‘D-DAY’ THE FINAL’ 개최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혹시 다시 공연할 때는 ‘윙스’ 수록곡이자 슈가 집안의 갈색 피아노로 가사를 쓴 솔로곡 ‘퍼스트 러브’를 불러줬으면 한다. 공연말미, 웃지 않을 수 없는 응원피켓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갱년기 치료는 윤기콘”



wp@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