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인도받을 예정인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투시도 [머스크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K-조선이 선도적인 기술력으로 주도해 왔던 메탄올선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조선사가 잇따라 수주 반격에 나서면서 한·중·일 경쟁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추진으로 앞으로 메탄올선 발주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시장 우위를 사수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선주로부터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36척이 발주됐는데 한중일이 골고루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이 발주하는 1만6000TEU급 메탄올선 24척에 대해선 삼성중공업과 니혼 십야드가 최종 계약자로 추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마다 일감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단일 조선소가 수주하기에는 발주 물량이 많아 양사가 나눠 수주하는 방향으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니혼 십야드는 일본의 양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설립한 합작사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CMA CGM이 추진하는 12척 규모의 2만4000TEU급 메탄올선 신조 프로젝트는 중국 양지장조선이 따냈다. 이는 양지장조선의 사상 최대 규모 수주 물량으로 지난달 머스크의 8000TEU급 메탄올선 8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데 이은 대규모 계약이다. 양지장조선은 CMA CGM 측에 한국 조선사보다 10% 이상 낮은 신조선가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의 경우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업체가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한 데다 우리 조선사 입장에서도 1만6000TEU급 메탄올선과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게 도크 효율을 높이는 데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도크에서 동일 선종을 생산할 때 설계, 공임 등에서 효율적이라 수익성에서도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이러한 시장 흐름을 두고 중국과 일본 조선사가 메탄올선 분야에서 우리 조선업체가 유지해온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는 메탄올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전 세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잔고의 절반 이상을 우리나라가 점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중국의 성장세로 과반 점유율은 깨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주요 해운사가 메탄올선 운용을 속속 택하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가 적극적인 투자 등을 통해 메탄올선 분야에서의 시장 우위를 지켜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신조 선박의 40%인 156척(1010만GT)이 대체연료를 활용하는 친환경선으로 발주됐는데 이중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은 42척(340만GT)으로 집계됐다. 친환경선 3척 중 1척은 추진 연료로 메탄올을 택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발주가 크게 줄어든 LNG선(59척, 550만GT)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 전환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메탄올 추진선 주문이 급증했고 LNG선과 격차도 줄여가고 있다”며 “우리 조선사가 연구개발(R&D) 등 전략적 대응을 통해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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