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겸 창업자. [AFP]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완성차 업계가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시장에 진입하면서 ‘차량용 고정밀 지도(HD Map)’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을 위해서는 ‘HD Map’이 필요하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이 극명하게 나뉘는 양상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는 ‘HD Map’ 무용론을 펴고 있는 반면, 대만계 젠슨 황 회장이 이끄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는 고정밀 지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8일 발표한 ‘자율주행 관련 HD Map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서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HD Map’은 지면의 다양한 계층 정보를 높은 정밀도로 남은 지도다. 전문 장비를 갖춘 차량이 실주행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제작된다. 제작에 큰 비용이 들어가고, 지도 최신화가 까다로운 것이 단점이다.
테슬라는 정밀도 높은 지도를 사전에 생산하고,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로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HD Map’을 구현하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에 성능이 높은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경을 식별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화웨이와 호라이즌 로보틱스, 엑스펜 등 중국 IT업체들은 테슬라의 발전 방향을 따르는 추세다. 이들은 올해 안에 ‘HD Map’에 의존하지 않은 솔루션과 시스템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각국 정부의 폐쇄적인 정보 공개 형태와 인프라 상황이 열악한 중국 현지에서 ‘HD Map’을 구현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전현주 한자연 선임연구원도 “자율주행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주 단위 정도로 자료가 갱신돼야 하는데, 중국 업체들은 월‧분기 단위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커버리지도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포함 30만㎞로 도심 도로 총길이의 약 3%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정밀도로지도 제작과정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친 ‘HD Map’ 진영에는 엔비디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HD Map’ 개발기업 딥맵을 인수한 후 지난해에는 자체 ‘HD Map’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맵’을 공개하는 등, ‘HD Map’ 개발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 뒤는 유럽과 미국의 IT기업들이 따르고 있다. 휴대용 내비게이터 기업인 톰톰도 헬라 아글라이아와 데이터를 결합해 ‘HD Map’인 ‘톰톰 오토스트림(TomTom Autostream)’ 서비스에 최근 들어갔다. 네덜란드 업체 ‘헤레(HERE)’는 '지난해 BMW와 협력관계를 맺고, BMW7 시리즈에 ‘HD Map’을 탑재했다. 구글도 ‘HD Map’을 출시하고 볼보 EX90과 폴스타의 폴스타 3에 제공한다.
테슬라가 사용하는 실시간 접근 방식 센서는 인지 범위에 한계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율주행 구현이 어렵다. ‘HD Map’을 미리 구축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이 문제다.
자동차 업계는 향후 ‘HD Map’을 둘러싸고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완성차 업계는 최근 빠른 속도로‘자율주행 레벨3’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운전대를 조작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주변 환경도 파악하는 것이 레벨3의 골자다. 레벨4와 레벨5 수준까지 자율주행이 구현되면,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율주행은 고도화된다.
전 연구원은 “HD Map의 필요성은 자율주행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리 완성차와 IT업계는 관련 산업의 전망을 면밀히 관찰하고, HD Map이 도입될 경우 단점을 해소하고 사업 응용처를 확장할 방향을 고민한다면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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