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4월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한 270㎿급 가스터빈의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면서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산이 주력하고 있는 4대 신사업인 소형모듈원자로(SMR)·가스터빈·수소·풍력발전 관련 신규 투자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SMR 설계 분야 1위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조달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지점으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달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1조원으로 파악된다. 연초 3900억원 수준에서 6000억원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지난 1분기 신한울 3·4호기 프로젝트와 카자흐스탄 복합화력발전소 EPC(Turkistan CCPP) 프로젝트 등에서 대규모 현금 유입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1일 두산밥캣 지분 4.99%(5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매각해 276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매각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보유 지분은 51%에서 46%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와 관련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처분 목적은 신성장 투자 재원의 확보”라면서 “(블록딜 이후에도) 두산밥캣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행사할 예정이며 추가적인 주식 매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비교적 단기간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두산에너빌리티가 신사업 투자에 주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창원에 구축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수소액화플랜트의 모습. [창원산업진흥원 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의 여파로 주력인 원전 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난해에만 460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이 폐지되고 신한울 3,4호기 등 대형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상황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은 두산밥캣이 지난 2021년부터 정식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점도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추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유동성 확충에 따른 재무여력 강화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단기자금수지 개선과 원활한 사업활동, 재무부담 완화 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두산밥캣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과 견조한 실적 추이, 배당정책 등을 감안할 때 두산에너빌리티는 매년 상당 규모의 배당수입을 안정적으로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되는 투자처로는 SMR과 가스터빈 분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연구·개발(R&D) 비용, 운전 자본, 운영 비용 및 자본 지출을 포함한 일반적인 기업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SMR 개발사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한 바 있다.
가스터빈은 원자력 다음으로 올해 수주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가스터빈은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하는 분야로, 현재 계획된 국내시장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하반기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한 대형 가스터빈의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원 규모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계약은 지난 2021년 한국형 표준모델이 될 초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돌입한 지 2년 만이다. 설비용량 380㎿·내열온도 H급(섭씨 1500도 이상) 가스터빈으로 기술력에서 글로벌 업체와 어깨를 견주게 됐다.
외국산이 장악한 가스터빈 시장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독자 개발한 국산 제품이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하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 등이 대다수 물량을 공급한다.
가스터빈은 석탄 대비 탄소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쓰며, 부품 변경을 통해 향후 수소터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수소터빈에 대한 R&D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국책과제로 수소 혼소 50% 기술을 개발 중이며, 오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로 400㎿급 초대형 수소 전소 터빈을 개발한다는 각오다.
수소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수소액화플랜트가 내달 초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 최초로 준공되는 수소액화플랜트는 수소의 효과적인 저장 및 운송 등을 통해 밸류체인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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