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오토바위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주요 조선소 노조가 일제히 파업 절차를 밟으면서 조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파업이 실제로 발생하면 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조선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업 노조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조선사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8개 조선사 노조가 속한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는 지난달 30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 신청은 노조가 파업하기 위해 거처야 할 첫 번째 절차이다.
조선노연에 소속된 조선사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 6곳(HD현대중공업지부, 한화오션지회, HSG성동조선지회, 케이조선지회, 현대삼호중공업지회, HJ중공업지회)과 상급단체가 없는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현대미포조선노조 등 2곳이다.
노조가 파업 절차를 밟는 이유는 사측과의 임금 인상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사측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기본급 인상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기본급 8만8000원 인상(정기 호봉승급분 2만3223원 포함)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는 노조가 처음 요구한 인상 금액(18만4900원)의 절반보다 적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업계는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까지 수주 부진을 겪으면서 오랫동안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도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절차가 있다. 우선 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크다고 판단한 후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후 각사 노조원들이 파업 여부를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 노조원 과반이 쟁의행위에 찬성해야 파업권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행보가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파업에 동의한 노조는 내달 12일에 있을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의 우려에도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수주 상승세를 탄 조선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대형 조선 3사는 2021년부터 이어진 수주 릴레이로 2026년까지 일감을 확보했다. 대형 조선 3사를 제외한 중형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수주량(29만1905CGT)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면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한화오션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문제는 많은 일감을 확보했음에도 조선사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형, 중형 조선사 모두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 노조 파업이 발생하면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일정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이 부의됐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파업 조장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 파업이 자주 발생하는 조선사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법원은 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자주 내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되면 조선사는 물론 다른 기업들은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적자에 허덕였던 조선사들은 최근에 들어서야 반등하고 있다”며 “조선사들이 이제 막 살아나려는 시점에서 파업은 회사는 물론 노동자, 협력사 모두 공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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