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제3지대로 향하고 있다. 30%에 육박하는 무당층 지지를 얻어 원내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거대 양당의 지지율과 맞먹는 무당층 비율이 제3지대 지지율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인물과 지역기반을 갖춘 기성 정당으로 무당층 지지세가 흡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무당층 비율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거대 양당과 함께 무당층이 정치 지형을 3등분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 “여의도 제1당은 중도·무당층”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무당층 비율은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7%였던 무당층 비율은 5월 29%, 6월 28%로 소폭 증가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무당층 비율은 1월 5주차 29%에서 6월4주차 32%까지 늘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조사를 보면 ‘만일 내일이 총선일이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24.1%였다. 이는 전월(17.3%)에 비해 6.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무당층의 비율은 최근 정치권에서 이어지는 신장 창당의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 정태근 전 한나라당·금태섭 전 민주당·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등은 대안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구상하는 신당은 ‘중도·실용주의 빅텐트’ 정당이다.
앞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한국의희망 창당 발기인대회까지 치뤘다. 양 의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발기인대회에서 “거대양당이 이끄는 정치는 그저 권력 게임이자 이권 다툼”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은 창당 움직임의 공통점은 현재의 양당 체제를 비판하며 무당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당이 현재의 무당층 지지세를 흡수할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우선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무당층 비율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무당층은 통상 선거 이전에 넓게 분포돼 있다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더욱이 진영 정치의 고착화로 제3지대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당층에 속해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거대 양당의 잠재적인 지지자라는 해석을 깔고 있다. 현재 무당층의 경우 당초 양당에 대한 고정적인 지지 의사가 없이 중도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정치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양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집단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결국 총선이 다가올수록 무당층 가운데 상당수가 사표 방지 심리 등으로 기존 정치성향에 따라 양당에 투표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무당층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양당에 대한 지지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중도층과 당장은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지 않지만 결국 양당을 각각 지지해온 사람들이 모여서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당의 성공 요인으로 현재의 무당층 비율보다는 인물과 지역기반을 꼽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층이 일종의 스윙보터인데, 사실 이 분들은 투표를 안 할 수도 있고, 투표장에 가면 결국 양당 중 한 곳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당이 성공을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유력 대선 후보가 있어야 하고, 지역 기반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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